“‘빨리빨리’라는 한국말을 좋아한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이 두 나라가 직면한 공통 과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이 본격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한·일 관계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양국 재계의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의 원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참여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10일 도쿄 오테마치 게이단렌회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래파트너십 기금의 조직 구성을 마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할 분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지난 3월 16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한다고 처음 밝혔다. 윤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한 날이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각각 1억엔(약 10억원)을 출연한 뒤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기금 규모를 늘려나가는 구조다.

두 단체는 2억엔으로 시작하는 기금을 운영하는 조직으로 미래파트너십 기금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김 회장직무대행과 도쿠라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각각 세 명의 위원을 두기로 했다. 실무 과제 등에 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자문위원회도 설치했다. 한국 측은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일본 측은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대학원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1983년부터 40년째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지한파 경제학자다. 지난해 8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규제 완화 등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나라가 선의의 라이벌 의식을 살려 ‘덜 못하기 경쟁’이 아니라 ‘더 잘하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산업 협력 강화와 젊은 인재 교류 등의 양대 주제를 기금의 공동 사업으로 선정했다. 오는 7월 6일 서울에서 ‘한·일 산업협력포럼’을 열어 공동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기금에 참여할 기업도 본격 모집할 계획이다. 도쿠라 회장과 김 회장직무대행은 강제징용 배상소송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물론 삼성그룹 등 한국 4대 그룹이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도쿠라 회장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거나 배제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일본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직무대행도 “기금은 한·일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며 “전경련 회원사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 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경련이 잇달아 정부 업무를 주도하면서 재계의 맏형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김재후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