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맞아 부모님께 큰 선물"…"미국 진출 꿈"
'생애 첫 우승' 장타왕 정찬민 "거리 줄일 생각은 없다"
7일 남다른 장타를 앞세워 한국프로골프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정찬민은 이틀 전 "단타자가 되어도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승 기자회견에서 그는 "거리 줄일 생각은 없다.

외려 늘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밝혔다.

단타자가 되어도 좋다던 말은 우승에 대한 간절함과 함께 "말이라도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했던 것"이라며 정찬민은 멋쩍게 웃었다.

정찬민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전례 없는 장타자다.

평균 비거리 310야드를 넘긴 선수는 정찬민이 처음이다.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는 가뿐히 넘긴다.

이번 대회에서도 내리막이긴 하지만 400야드가량 날린 적도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 투어에 도전할 생각이라는 정찬민은 "PGA투어 대회에 나갔을 때도 비거리는 뒤지지 않았다"면서 "내 장점을 계속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우승은 장타가 아니라 쇼트게임과 퍼팅 덕분이라고 정찬민은 밝혔다.

그는 베트남 겨울 훈련 때 100미터 이내 거리 샷과 그린 주변 쇼트게임에 중점을 뒀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늘 쓰던 블레이드형 퍼터에서 특별히 맞춘 말렛 형 퍼터를 들고나온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자평했다.

"전에는 퍼트할 때마다 이게 들어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퍼트가 잘 되면서 샷도 덩달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준비할 때도 샷보다는 퍼팅에 더 집중했다고 그는 밝혔다.

1라운드 8언더파 단독 선두에 이어 54홀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한 정찬민은 "대회가 축소되지 않고 72홀로 치러졌어도 워낙 샷이 잘 되어서 우승을 내가 했을 것 같다"면서 "오늘 최종 라운드도 일찌감치 우승 확신이 들어서 18번 홀 그린에서 별다른 우승 세리머니를 못 했다"고 설명했다.

PGA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은 정찬민은 "9월쯤 대상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후원사와 콘페리투어 퀄리파잉스쿨 출전 여부를 논의해보겠다"면서도 "당장 코 앞에 닥친 다음 대회에 집중하겠다.

혹시라도 컷 탈락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임성재와 1, 2라운드 동반 라운드가 거의 확실한 정찬민은 "내 실력을 비교해볼 기회"라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몸을 낮췄다.

'생애 첫 우승' 장타왕 정찬민 "거리 줄일 생각은 없다"
정찬민은 큰 몸집에 수염을 기른 외모와 장타력이 세계랭킹 1위 욘 람(스페인)과 닮았다고 '정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찬민은 "수염이 없을 때 (PGA투어 장타왕 출신) 브라이슨 디섐보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수염을 기르고 나니 람과 닮았다고 하더라"면서 "수염은 관리하면서 기르고 싶다"며 별명이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딱히 닮고 싶은 선수는 없지만 "시원시원한 샷을 날리는 로리 매킬로이가 마음이 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3억원과 KPGA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받은 정찬민은 "5년 시드를 받아 너무 행복하다.

작년에도 시드를 지킬 수 있을까 불안한 적이 있었다.

당분간 마음 편하게 경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찬민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우승 선물은 어떨까요'라며 농담으로 말씀드렸는데 정말 우승을 선물하게 됐다"면서 "우승하니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