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BA 총재 맡아 당구 프로화 성공…4년 연임
KBL 총재·2014 인천AG 조직위원장 역임한 체육인
작년 스포츠산업대상 이어 3일 소강체육대상 대상 수상
김영수 프로당구 PBA 총재 "골프하면 PGA, 당구하면 PBA가 목표"
김영수(81) 프로당구연맹(PBA) 총재는 꿈으로만 여겨지던 당구의 프로화를 성공시킨 '프로당구의 아버지'다.

검사로 근무하다가 국회의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문화체육부 장관을 거쳐 2004년부터는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지냈고,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스스로 "30년 넘게 체육인으로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고 말한 그는 2019년 신생 프로 단체였던 PBA 총재를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PBA는 빠른 속도로 정착해 1%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실내 프로스포츠'로 거듭났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PBA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최고상인 국무총리 대상을 받았고, 올해 김 총재는 '대한민국 체육의 대부' 소강 민관식(1918∼2006년) 선생을 기리는 소강체육대상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3일 소강체육대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난 김 총재는 "골프에 미국프로골프투어(PGA)가 있다면, 당구하면 PBA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첫 번째 PBA 총재 4년 임기를 끝내고 연임한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상금 규모 확대, 해외 투어 개최, 전용 구장 건립 추진 등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은 김영수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김영수 프로당구 PBA 총재 "골프하면 PGA, 당구하면 PBA가 목표"
-- 소강 민관식 선생과 많은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문화와 체육을 위해 평생 헌신한 지난 시간을 인정받은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소강 민관식 선생은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일생을 헌신한 분으로 체육계의 큰 산과 같은 분인 데다가, 생전에 가까이 모셨던 인연이 있는지라 그분을 기리는 상을 받아 더욱 영광스럽고 뜻깊게 생각한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꼭 연락해서 '밥이나 한 그릇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소강 선생만큼의 족적은 안 되지만, 그래도 체육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 PBA 총재를 맡은 지난 4년을 돌아본다면 프로당구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 넓은 당구 인프라와 스폰서,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프로당구가 출범하기에 여건이 충분했다.

전국에 당구장이 2만 개가 넘고, 동호인만 1천200만명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구 전용 TV 채널까지 만들어진 상태였다.

어떤 농사를 짓더라도 성공할 비옥한 땅이었던 거다.

다만 이전에도 한두 번 프로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스포츠 마케팅에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꼭 필요했다.

뱅크샷 2점이나 팀 리그 등 기존 당구와 차별성을 둔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국내 많은 기업이 프로당구를 스포츠 마케팅 대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로당구가 홍보로는 '가성비'가 좋은 무대다.

-- 프로화를 꿈꾸는 다른 스포츠 단체도 PBA를 배우고자 한다.

조언해줄 부분이 있다면.
▲ 프로를 꿈꾸는 종목들은 나름대로 국민적인 인기가 있다.

중요한 건 구슬을 꿰어 줄 마케팅 전문가를 잡아야 한다.

스폰서가 들어와서 물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상금도 주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다.

경기인 출신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건 정말 착각이다.

경기 운영은 경기인 출신이 하더라도, 프로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마케팅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김영수 프로당구 PBA 총재 "골프하면 PGA, 당구하면 PBA가 목표"
-- 이번에 '스페인 당구 전설' 다니엘 산체스나 '미스터 매직' 세미 세이기너 등 세계 유수의 선수가 PBA에 온다.

해외 팬들을 위한 대회 개최 계획도 있는지.
▲ 물론 계획하고 있다.

스포츠 한류 주역을 목표로 하는 PBA로서 해외 투어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선 다가오는 시즌을 해외 투어 원년으로 삼고 연말 1∼2개 대회를 베트남에서 여는 걸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3쿠션 인기가 높은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PBA 투어를 여는 걸 목표로 한다.

-- 지난 4년도 그렇고, 앞으로도 연봉을 안 받을 계획이라고 들었다.

▲ 내가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총재다.

연봉을 안 받는다.

대의 정신이랄까 이런 사명감으로 당구의 프로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4년 동안 여기까지 왔다면, 앞으로 4년은 내실화 단계로 가야 한다.

그렇게 기반을 다져서 내 다음에 오는 총재는 돈도 많이 받았으면 한다.

-- 향후 4년 임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우선 전용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

PBA 현안 사업 가운데 최우선으로 추진 중이다.

2021년부터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렸고, 이르면 오는 7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임시로 전용 구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전용 구장이 생기면 투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마케팅에도 더욱 신경 쓸 수 있다.

영구적인 전용 구장 건립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인다.

또 하나는 스포츠 토토 사업으로 선정되는 것이다.

배분금을 받는다면 당구 아카데미도 짓고, 풀뿌리 당구를 위해 교육에도 투자할 수 있다.

김영수 프로당구 PBA 총재 "골프하면 PGA, 당구하면 PBA가 목표"
-- PBA 상금이 세계 최고 규모이지만, 남자와 여자 상금 규모가 너무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상금이 걸린 월드챔피언십은 남자 우승 상금이 2억원, 여자는 7천만원이다.

▲ 여자 상금이 적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의견이 있다.

투어를 후원하는 스폰서와 선수는 물론, 팬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중이다.

기본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스폰서에게 상금을 자율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자 상금 규모 확대에 긍정적인 스폰서도 있어서 이번 시즌은 어느 정도 개선될 거로 생각한다.

-- 얼마까지 상금을 늘리는 게 목표인가.

▲ 이제 세계적인 선수도 많이 오고 하니까 국제적인 투어도 준비하고 있다.

창대한 꿈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PGA처럼 만들고 싶다.

PGA도 처음에는 특별한 것 없다가 오늘날처럼 커진 거다.

골프하면 PGA라면, 당구하면 PBA로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박세리 이후에 '박세리 키즈'가 나오면서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는데, PBA도 지금의 스롱 피아비나 4대 천왕을 보고 어린 선수들이 당구 선수의 꿈을 키울 거다.

그런 이야기가 쌓여 간다면 언젠가는 PBA가 PGA에 '한 번 붙어보자'라고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기대한다.

-- 많은 사람이 김영수 총재의 실제 당구 실력을 궁금해한다.

▲ 대학에 입학해서 한 1년간은 꽤 당구장을 다니기도 했다.

(점수) 100에서 150을 놓고 친구들과 어울렸지만, 2학년 때부터 고시 공부를 준비한다고 당구와 결별했다.

이렇게 프로당구와 연을 맺을 줄 알았다면 좀 더 '열공'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영수 프로당구 PBA 총재 "골프하면 PGA, 당구하면 PBA가 목표"
-- PBA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에 팬이 있는가.

▲ 특정 선수를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역시 (프레데리크) 쿠드롱 선수가 마음에 든다.

캄보디아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 당구를 처음 배운 스롱 피아비가 시상식 때 '자기를 받아 준 대한민국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던 것도 감동이었다.

조재호 선수도 얼굴도 귀엽고 아주 보물 같은 선수다.

-- 여전히 정력적으로 프로당구를 위해 일하시는데 건강 비결이 궁금하다.

▲ 안 그래도 다른 언론사에서도 내 건강 관리법을 듣고 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해 잡아 놓은 상태다.

골프를 치다가 문민정부(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공직자 골프를 금지해서 그때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동료들과 등산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 자랑 같지만, 히말라야도 세 번이나 다녀왔다.

밝은 성격으로 많은 친구를 만나고 지금까지 일하는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 같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