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서울 압구정동 일대가 40년 만에 전해진 개발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면 100억짜리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압구정이 어떻게 변모하게 될지, 양현주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제가 지금 나와 있는 이곳은 강남 재건축 최대 관심 지역인 압구정동 일대입니다.

최근 이곳을 1만 2천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서울시의 밑그림이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이곳이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노후된 아파트가 밀집한 압구정동.

녹물에 중앙난방은 물론 지하주차장도 없지만 평당 1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최고 부촌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지난해 압구정 현대 1차의 60평형대가 80억 원에 거래된 바 있습니다.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100억 원짜리 아파트가 등장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집값 과열의 근원지로 꼽히며 그동안 규제에 계속 눌려오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서울시가 압구정 2~5구역 일대의 재건축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300%가량으로 끌어올리고 일부 지역은 최대 500%까지 허용해 준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특화된 디자인으로 설계하면 3구역의 경우 최고 7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됩니다.

계획대로만 진행하면 압구정 일대는 초고층 미니 신도시로 변모할 전망입니다.

다만 재건축 사업의 핵심인 용적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부채납'이라는 전제조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새 아파트 단지 인근의 보행교와 덮개공원 등 공공시설 구축을 조합이 부담해야 합니다.

해당 시설들은 지난 3월 오세훈 서울 시장이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한 정비 사업의 일환입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많은 시설물들이 한강 주변으로 들어가면서 명실공히 문화와 예술을 한강변에서 여가시간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컨셉이 되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동과 성수동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두 지역을 잇는 보행교를 신설하는데 드는 2500억 원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조합은 용적률 상향 등 추가 혜택을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압구정동 주민들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더니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종길 / 압구정동 주민: 시에서 너무 기부채납을 많이 받아. 조금 감해주면 빨리 진행될 것 같은데…용적률 비율과 기부채납 비율을 조정하면 되겠죠.]

[압구정동 주민: 공공보행로가 생기면 환경적으로 주민들도 서울시민에게 도움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강을 낀 강남지역에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압구정 인근에 위치한 성동구 트리마제.

최고 층수 47층인 이곳의 기부채납 비율은 32%에 달합니다.

현재 10% 정도로 설정된 압구정에 비해 3배나 높습니다.

성수대교만 건너면 오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기부채납 비율이 왜 큰 차이가 날까.

서울시에 직접 물어봤더니 원칙에 따라 집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기준으로 대지 면적, 아파트 평형 등에 따라 공공 기여 측정 방식이 달라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압구정 개발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가 터져 나오지만 정작 시장 분위기는 차분합니다.

가격 상승을 감안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사례는 있지만, 매수로까지는 이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시세는 별 (차이가 없다)...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마음대로 못 사잖아요. 실입주 아니면 거래가...]

40년 만에 개벽을 맞은 압구정 일대의 재건축 최종안은 이달 안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재건축하면 100억 간다는데…40년된 압구정에 가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