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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전시 작품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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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전시 작품 수난사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트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1915년 작품 ‘죽음과 삶’에 페인트로 추정되는 검은색 액체가 뿌려졌다. 한 환경운동단체 활동가가 석유·가스 시추 활동에 항의한다는 뜻에서 작품에 테러를 가한 것. 보호 유리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무렵 유럽 각국에서 고흐, 고야, 페르메이르 등의 명작들이 기후활동가들에 의해 으깬 감자, 채소 수프, 접착제 등으로 봉변당하는 일이 잇달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법. 작품에 무슨 죄가 있나.

    전시 중인 작품이 훼손된 사례는 너무나 많다. 2019년 12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선 피카소가 연인 도라 마르를 모델로 그린 유화 ‘여인의 흉상’이 20대 관람객에 의해 찢어졌다. 2000만파운드(약 335억원) 상당의 작품이었다. 2015년 대만에서는 작품 보호대에 발이 걸린 어린이가 넘어지면서 바로크 시대 작가 파올로 포르포라의 ‘꽃’(18억원 상당)에 주먹만 한 구멍을 냈다.

    국내 사례도 적지 않다. 2021년 3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몰에 전시된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 존 원의 5억원짜리 대형 작품 중앙에 20대 남녀가 물감을 뿌려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린 박대성 화백 전시에서는 초등학생이 가로 39㎝, 세로 19.8m의 대작 위에 눕고 미끄럼 타듯 문지르기도 해 일부 글자가 뭉개지고 훼손됐다. 보험평가액만 1억원이 넘는 대작인데도 박 화백은 “크는 아이들이 뭔들 못하겠나.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했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의 바나나를 한 대학생 관람객이 먹어버려 논란이 뜨겁다. 실물 바나나를 박스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코미디언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팔린 작품. 개념미술 작품이라 바나나 자체의 가치는 별것 아니지만 “배가 고파서 먹었다”는 변명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 등은 작품 훼손에 대비해 보험에 들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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