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최대 15㎏을 감량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해 화제다.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약을 맞으려면 연간 1300만원이 든다는 보도가 나왔다.2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72주간의 임상 3상시험 결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드)를 주사한 비만 또는 과체중의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이 최대 15.7%(15㎏) 줄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마운자로를 주사한 환자 80% 이상이 최소 5%를 감량했다고 전했다.일라이릴리 측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만 치료제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다른 비만 치료제보다 효과가 뛰어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체중 감량 약품의 ‘킹콩’이 다가오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문제는 약을 맞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최종 승인 전이지만 미국에선 ‘꿈의 비만 치료제’로 알려진 위고비와 오젬픽 등이 판매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간 최소 1만달러(약 1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이날 보도했다. 위고비는 연간 1만7000달러 이상이 들고, 오젬픽은 이보다 4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 사람은 비만 치료제가 비싸서 살 수 없다”며 “약 주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어 누군가는 남은 평생 이를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미국에는 체중 과다 또는 비만인 인구가 1억3000만 명에 달한다. 비만 치료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에어피티니는 심각한 비만인 미국인의 3분의 1만 이 약을 맞아도 미국의 비만 치료제 관련 매출이 8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중국 정부가 미국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양쯔메모리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 국산화를 추진하는 한편 가격 경쟁을 통해 자국 메모리칩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지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당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보안 검토 덕분에 양쯔메모리가 이끄는 중국 메모리칩 제조사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 판매가 금지될 경우 양쯔메모리, 선전킹뱅크테크놀로지 등 중국 업체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첸지아 인민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 내 사업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중국 업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중국 내 반도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상하이의 가장 큰 컴퓨터 쇼핑센터인 퍼시픽디지털플라자에서 일하는 리우 씨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구매할 때 삼성은 여전히 최고의 선택지”라며 “다만 양쯔메모리 제품이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들이 풍부한 물량을 기반으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양쯔메모리 등 자국 반도체 업체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가반도체펀드 등 국영 투자자들은 올 들어 490억위안(약 9조4600억원)을 양쯔메모리에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쯔메모리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쯔메모리는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베이팡화촹 등과 함께 순수 중국산 기술로 미국의 통제 대상인 128단 낸드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우당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CMP는 최근 보도에서 양쯔메모리가 증착·식각 장비 중국 1위인 베이팡화촹 등에 대규모 발주를 했다고 전했는데, 128단 낸드 생산 장비를 발주했다는 게 반도체업계의 분석이다.빠른 속도로 한국과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양쯔메모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현재 3~4% 수준까지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낸드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33.8%), 키오시아(19.1%), SK하이닉스(17.1%), 웨스턴디지털(16.1%), 마이크론(10.7%), 기타 3.1% 순인데 기타의 대부분이 양쯔메모리로 추정된다.양쯔메모리가 자국 장비를 활용해 128단 이상 낸드를 생산하는 데 성공할 경우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무색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128단 이상 낸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등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은 작년 12월 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