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하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23년만에 풀려
"자연계 최상위권 합격선 하락 예상…의대쏠림 막긴 어려울 것"
SKY대 정원도 '298명' 증가…입시 경쟁률 낮아질까
정부가 서울대를 포함한 4년제 일반대학에서의 첨단분야 정원을 증원하는 방침을 발표해 최상위권 대학 입시 경쟁률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에 따르면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은 전국 4년제 일반 대학에서 1천829명(수도권 817명·비수도권 1천12명)이 순증된다.

이 가운데 서울대 218명, 고려대 56명, 연세대 24명 등 소위 'SKY' 대학의 증원 인원은 총 298명이다.

수도권 대학의 총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2001학년도 이후 23년 만이다.

즉, 수도권 대학들이 별다른 조건 없이 정원을 늘린 것은 2001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과밀 억제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결정한 대로 1999학년도부터 총량이 11만7천145명으로 엄격히 규제돼왔다.

여기에 2001학년도부터는 교육부 정원 조정 기본계획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총정원은 동결 혹은 증원 불가 방침이 이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출범 직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교육부는 관련학과의 정원 조정과 함께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결과적으로 2024학년도 수도권 대학 정원이 800여명 규모, 특히 SKY 대학 정원도 300명 가까이 늘어나게 된 데 대해 입시업계에서는 상위권 대학 입시 경쟁률 변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SKY 정원 확대는 자연계 최상위권 합격선에도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라며 "올해 수험생이 사상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정원 증가로 상위권 대학의 합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울대 정원 증가로 연고대 지원을 흡수하면 연쇄적으로 최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입학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약학계열을 갈 수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첨단학과 수를 늘린다고 해서 눈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대표는 "첨단학과 수시와 정시에 합격하고도 의대에 동시 합격했을 때는 현재처럼 여전히 의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대쏠림 현상 등으로 기존 반도체 학과의 미달 문제도 여러차례 지적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주요대(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중 대기업 취업연계가 가능한 반도체학과 등록 포기율은 모집인원 대비 155.3%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전체 등록 포기율의 4.7배 수준이었다.

결국 반도체 학과를 졸업해 취업이 보장되더라도 의약학계열만큼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중복 합격시 의약학계열을 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원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또 나올 수 있다.

업계는 또 신설된 첨단분야 관련 학과가 지방권에도 신설됐지만 수도권으로 집중이 더 커지기 때문에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