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이 올해 초 직원들과 함께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 등 포항시정 현안 해결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이 올해 초 직원들과 함께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 등 포항시정 현안 해결 염원을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에코프로 등 경북 포항의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철강산업의 중심 도시이던 포항이 배터리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강산업으로 지난 60년간 성장한 포항은 수년간 배터리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결과 최근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관련 기업들의 ‘대박’ 행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가 배터리산업 육성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지진이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포항시에선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바탕으로 포항시가 점찍은 미래 먹거리는 배터리였다.

특히 주목한 기업이 에코프로다. 배터리 양극재 소재 분야 국내 1위, 세계시장 점유율 2위 업체다.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조성한 포항캠퍼스에서 연간 18만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 핵심 소재 원료부터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전주기 밸류체인이 구축됐다. 에코프로는 이곳에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에코프로 본사는 충북 청주에 있다. 포항시에 투자를 결정한 데는 5년 전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을 찾아가는 등 포항시 구성원들의 ‘삼고초려’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시장은 “포항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2.5%를 기반시설 등의 보조금으로 되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이후 “이 시장이 당시 지진과 철강 경기 침체로 위기에 빠진 포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 유치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포항 투자를 결심했다”고 돌이켰다. 에코프로는 올해도 2조원을 투자해 영일만 인근 블루밸리산단에 2027년까지 연간 53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시설을 추가 증설하기로 했다. 주가는 올초 11만원으로 시작해 한때 82만원(4월 11일 장중)까지 뛰었다가 59만8000원(24일 종가)으로 내려갔지만, 이 회사의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이 기간 약 3배로 상승했다.

'철강도시' 포항, 배터리 소재 승부수 통했다
포항의 철강사업을 이끌어온 포스코그룹도 리튬 니켈 등 2차전지용 원료 공급과 소재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며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초 27만2000원에서 39만8500원(24일 종가)으로 뛰었다. 포스코퓨처엠은 19만1500원에서 36만3500원으로 약 2배로 올랐다.

배터리에 리튬을 공급하는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비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포항시는 양극재 생산량을 2025년 68만6000여t, 2030년 100만t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시장은 “정부에서 배터리 특화도시로 지정하면 2030년께 포항은 세계 소재 시장에서 전기자동차 1100만 대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하며 K배터리 선도 도시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낳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