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제까지만 해도 문의가 많았는데, 어제 오후부터 연락들이 뚝 끊겼습니다", "글쎄요. 사실 저도 청약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분위기가 자체가 '어떻게 되나 보자'로 바뀐 것 같아요", "중도금 무이자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불제가 된 것 같더라고요"…(마북동 일대의 공인중개사들)

엠디엠이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후분양 아파트 'e편한세상 용인역플랫폼시티'의 분양가가 21일 공개되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전용면적 84㎡A형의 최고 분양가가 12억35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용인에서 국평 기준으로 12억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용인에서 중형이 분양가 10억원을 넘은 사례는 작년에 있었다. 지난해 10월 수지구 동천동에서 분양했던 '동천역 트리너스'(94가구)였다. 전용 81㎡의 분양가를 10억2320만원 책정했지만, 미분양이 나면서 계약금 조건을 10%에서 5%로 조정해 잔여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e편한세상 용인역플랫폼시티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일대에 옛 서울우유 용인공장이 있던 터에 들어선다. 전용면적 59~84㎡의 999가구로 조성된다. 입주는 2024년 4월 예정으로, 분양시기로부터 1년 정도 남은 셈이다. 단지는 내년 상반기에 개통되는 GTX-A 용인역과 조성 예정인 복합환승센터, ‘용인 플랫폼시티’의 인프라와 가깝다. 무엇보다 시공을 먼저 하고 있던 터라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아파트였다.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서 청약제도가 완화되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6개월로 줄어든 것도 호재가 됐다.
내년 4월에 입주하는 'e편한세상 용인역플랫폼시티' 조감도.
내년 4월에 입주하는 'e편한세상 용인역플랫폼시티' 조감도.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분양가 공개와 함께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비롯해 지역주민들과 온라인 등에서는 분양가를 두고 말이 많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됐던 아파트 보다도 높은데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는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포기한다', '너무 놀랐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다.

'휘경자이 디센시아'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전용면적 84㎡A형의 최고가는 각각 9억7600만원, 11억7900만원이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전용 84㎡A형의 최고 분양가는 12억9600만원이었고, 분양가가 높았던 주택형인 84㎡H는 13억2040만원이었다. 물론 발코니 확장이나 옵션비 등의 부가적인 사항이 있지만, 절대적인 분양가만 놓고 보면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가가 감당할만 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변 지역 매물들과 가격대가 비슷한데다, 용인역이나 플랫폼시티 개발호재가 구체화되면 집값 상승이 가능하다고 봐서다. 실제 이날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관람객들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준공을 앞두고 있다보니 아파트를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전에 모델하우스를 관람했다는 김모씨는 "같이 간 지인들도 그렇고 관람하는 내내 주변에서 모두 분양가 얘기만 하더라"라며 "비록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12억원대지만, 10억~11억원대도 제법 배정되어 있다보니 한번 자금계획을 짜볼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실 분양가만 생각하면 전용 59㎡나 74㎡도 고려해볼까 했는데, 84㎡와 마감재나 인테리어 차이가 너무 나 보인 점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의 분양가가 공개된 후 부동산 관련 카페와 단톡에는 비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 자료=해당화면 캡쳐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의 분양가가 공개된 후 부동산 관련 카페와 단톡에는 비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 자료=해당화면 캡쳐
주변에서 대장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삼거마을 래미안1차'(1282가구)의 경우 전용 84㎡ 매물의 매매가는 10억~11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다만 거래로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보니 최근 매매는 지난해 3월 11억원에 팔린 게 다다. '블루밍구성더센트럴'(1576가구)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 12월 6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하지만 매물 가격의 분포가 7억~10억7000만원 일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두 개 아파트들이 대장이라고는 하지만 준공된지 2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다. 그렇다보니 전셋값은 2억~3억원대에 불과하다. 갭투자 보다는 개발호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매입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신규 아파트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그만큼 마북동 일대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 차이가 크다고 해석된다.

용인 플랫폼시티는 올해 6월에 착공해 2029년께까지 주거복합 자족도시로 지어질 예정이다. 전체 275만7186㎡ 용지에 호텔과 백화점, 대형몰과 기업들이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GTX-A 용인역은 2024년 6월 개통할 예정인데, 2028년 삼성역까지 개통도 예정됐다. 단지와 붙어 있는 한국전력기술 용인사옥 부지도 주거시설로 개발된다.

지역 수요자들 못지 않게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반도체 호재를 업고 분양이 잘되고 있지 않느냐"며 "이번 청약 결과에 따라 주택청약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에 과감한 분양가를 내놨다"며 "부진한 청약성적으로 할인분양이나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최근 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후분양인데다 시장 눈치 안보는 시행사가 부럽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