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깎아줘도 안 팔려…논란의 '칸타빌 수유'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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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억원이나 깎아준 서울의 새 아파트가 무려 9차례에 걸친 이른바 '줍줍 청약'에도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세권 아파트인데도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이유가 뭔지, 양현주 기자가 현장에서 답을 찾아봤습니다.
<기자>
[제가 지금 나와있는 이곳은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칸타빌 수유팰리스 앞입니다.
지난해 2월 첫 분양 이후 아직까지도 악성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로 청약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예외가 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함께 가시죠.]
서울에서 보기 드문 악성 미분양 아파트로 전락한 칸타빌 수유 팰리스.
전체 216가구 가운데 90% 정도가 주인을 찾지 못해 논란에 휘말린 곳입니다.
분양가를 4억원이나 깎아주고 이른바 '줍줍 청약'도 무려 9번에 걸쳐 진행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특히 8차 무순위 청약에서 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단 한 곳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분양 관계자: (8차 실제 계약된 비율은 어느 정도?) 계약 안 됐어요. (4채 다요?) 네. 잔여물량 시공사에서 사 갈거에요.]
서울의 새 아파트가 '찬밥 취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높게 잡은 분양 가격 때문입니다.
전용면적 59㎡를 9억원대로, 78㎡는 11억원대로 초기 분양가를 책정한 겁니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안산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가 지은 인근의 새 아파트와 비교해봤더니, 분양가 할인을 감안해도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9차 무순위 청약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을 30% 할인한 가격에 내놓은 겁니다.
내부 사정을 취재해봤더니 여러 갈등 탓에 내홍도 깊어졌습니다.
상가운영수익을 통한 '관리비 제로'를 내세워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들어오는 가게가 없어 사실상 텅 빈 상태입니다.
특히 할인 전 분양가로 입주한 초기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습니다.
[초기 입주자: 풀대출이죠. 풀대출. 35%를 할인한 거에요 기준가 대비. 그러면 기존 분양자들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서...]
일부 입주민은 시행사 대표에게 일정 부분 보상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여러 악재로 일종의 낙인이 찍혀버린 칸타빌 수유 팰리스.
실제 주거 환경은 어떤지, 먼저 교통편을 살펴봤습니다.
[칸타빌 수유 팰리스와 가장 가까운 인근 수유역입니다. 어느 정도 거리인지 직접 걸어보겠습니다.]
역에서 나와 재래시장을 지나면 6분거리에 아파트가 등장합니다.
[역에서 10분 안쪽 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나홀로 아파트인데다 재래시장 한복판에 들어서 있어 새 아파트의 장점을 살리긴 어렵습니다.]
여기에 비교 대상이 되는 인근 새 아파트들은 우이신설선과 미아역을 낀 더블 역세권이라 비교 우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군은 어떨까.
초등학교의 경우 도보로 15분 거리에, 고등학교는 30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오광표 / 서울 강북구 수유동: 고등학교는 멀죠. 신일고가 있고 삼양동 쪽에 있고. 고등학교는 없어요. 여기는 초등학교만 버스타면 있고 초등학교도 멀죠. 여기서는. 시장만 있을 뿐이지. 학생들 살기는 여기는 안 좋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 아파트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뤄졌던 강북지역 분양이 속속 재개될 예정인 만큼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멀어질 것이라는 이유에 섭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강북에서는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분양물량이 대기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인기지역에만 몰리는 초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칸타빌 수유 팰리스.
이른바 '배짱 분양'으로 진행된 서울의 새 아파트가 더 이상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겁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영상편집 : 이성근, 양진성 / CG : 이가인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