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마지막까지 운영하던 3개의 원전을 15일(현지시간) 폐쇄했다. 첫 발전용 원전을 가동한 지 62년 만이다. 최근 원전 비중을 늘리는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의 움직임과 상반된다. 독일 내부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커진 에너지 안보 중요성을 간과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정부는 이날 자정 엠슬란트, 네카베스트하임2, 이사르2 등 3개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자국이 운영하던 37개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쇄했다.

3개 원전은 당초 지난해 말 중단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부족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올 4월까지 운영을 연장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독일 정부는 안전성과 환경 문제를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슈테피 램케 독일 환경장관은 언론 기고를 통해 “이 세상 어떤 원전에서도 1986년 체르노빌이나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적인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보수 정당들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당분간은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때까지 (원전을 통한 전력)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사회연합은 “독일 시민, 산업, 기후 보호에 암흑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구조를 원전 중심으로 재편하는 나머지 유럽 국가의 기조와 상반된다. 이날 핀란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올킬루오토3 원전을 처음으로 정상 가동했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전력 수입이 중단되자 원전 가동에 박차를 가했다. 프랑스는 2035년까지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15%에서 25%로 늘릴 방침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