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란 우체통' 설치…기억·약속 담은 편지들 쌓여

"단원고에 다니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

아픈 기억도 있지만 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고래 보며 선배들 생각해요"…단원고 우체통 속 손편지
안산 단원고 학생이 쓴 손 편지의 앞 구절이다.

이 편지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조형물인 '노란 고래의 꿈' 옆에 마련된 '노란 우체통' 안에 세월호 리본 모양으로 접힌 채 들어있었다.

편지를 쓴 학생은 어린 시절에는 세월호 참사를 알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추모 주기를 지나쳤는데 중학교에 올라가고 세월호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매년 추모했습니다.

늦게 기억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억을 갖고 단원고에 오게 된 뒤에는 고래를 볼 때마다 선배님들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갑니다"라며 "대기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적었다.

이 학생은 "선배들의 부모님들과 함께 후배들도, 저도 기억하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고 하늘에서는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라며 편지를 끝마쳤다.

노란 우체통은 단원고에서 제안하고 유가족이 받아들여 지난해 6월 설치됐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기억과 약속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넣으면 416기억저장소로 전달, 보관된다.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안산시 시민기록위원회,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서울시 추모기록 자원봉사단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고래 보며 선배들 생각해요"…단원고 우체통 속 손편지
현재까지 노란 우체통에는 단원고 학생, 시민 등이 쓴 편지 30여통이 담겼다.

노란 우체통이 설치된 곳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추모객들이 찾는 순례길 코스 중 한 곳으로, 이 순례길은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교실∼단원고 '노란 고래의 꿈'∼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로 연결된다.

단원고와 416기억저장소 측은 순례길 과정에 편지지와 필기도구 등을 제공해 노란 우체통을 통해 보다 많은 편지가 부쳐지기를 유도할 계획이다.

노란 우체통을 담당하는 단원고 김덕영 교사는 "추모객들이 단원고에 올 때 가슴에 담아온 따뜻한 마음을 편지에 담아 넣어주시면 유족들에게 보여드려 그분들께 힘이 되도록 하고 기억저장소에 잘 보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