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회의 참석자들에 호소…"당장 필요한 재건비용 18조원"
젤렌스키 "우크라 재건에 쓰도록 해외 동결 러 자금 몰수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전쟁으로 인한 피해 복구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해외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을 몰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A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세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 세션에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 등이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 동결 러시아 자금 몰수는 "침략자에게 피해 배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라면서 "러시아는 침략의 모든 대가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몰수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평화를 만드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중요 재건 사업에 당장 141억 달러(약 18조원)가 필요하다면서 비용 마련을 위해 러시아 자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세계은행·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공동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장기 복구 비용은 최소 4천110억 달러(약 54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지난해 9월 산정된 3천490억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러 제재 차원에서 동결한 해외 러시아 자산은 중앙은행 자금과 올리가르히(러시아 과두재벌) 자산 등을 포함해 6천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약 3천억 달러가 중앙은행 자금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는 이전에도 동결 러시아 자금을 자국 재건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서방국들에 요청해 왔다.

앞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에 호응해 "동결 자금을 러시아가 파괴한 것을 재건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단순히 동결되는 것을 넘어 배상용으로 전용될 경우 해외에 있는 서방 국가 자산들도 쉽게 압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복구를 돕기 위해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나 비제르데 세계은행 유럽·아시아 담당 부총재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는 지난 한 해 동안 110억 달러의 피해를 봤고,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2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IMF도 지난달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정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4년에 걸쳐 156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하고, 27억달러를 즉각 집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