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갈 것" vs "수요감소 대비 공급 줄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깜짝 감산 결정의 여파로 시장에서 유가 상승론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전망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RBC캐피털마켓츠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OPEC+ 감산 발표 직후 곧바로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상품중개회사 마렉스 그룹의 수석 지수거래 담당 라이언 피츠모리스는 "OPEC의 깜짝 감산은 이미 인플레이션 부활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는 향후 몇 달 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참가자 상당수는 여전히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전망이 추가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OPEC+의 이번 감산 결정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는 미국에서 여름 휴가철 등으로 차량 운행이 많아지면서 원유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위축됐던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OPEC은 이 같은 시점에 가능한 한 공급을 늘려왔으나 이와 달리 이번에 감산 결정을 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수요 증가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3만2천 원)까지 상승할지, 아니면 이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에 대비해 공급을 줄인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유가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정유 제품 가격은 동요하지 않았으며 아시아에서는 주요 정유 제품인 경유 가격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경기둔화 우려 쪽에 힘이 실렸다.

또 미국의 연료 재고는 감소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재고가 여전히 높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가 지난달부터 감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도 회의론을 부추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보유 중인 상업용 원유 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가 많았으며, 이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로, 소비감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러시아도 애초 3월부터 수입 금지와 가격 제한에 대한 보복으로 하루 50만 배럴(bpd) 감산을 천명했으나 러시아를 빠져나간 배럴의 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러시아 에너지부의 미공개 자료에서는 러시아가 지난달부터 하루 70만배럴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관련 자료들에 나타난 수치가 일치하지 않아 감산 여부 및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유가 100달러 설이 흘러나왔지만,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2분기 유가가 100달러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재는 내년까지 100달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점치는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OPEC과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해온 미국 셰일가스 산업이 팬데믹 이후 붕괴해 OPEC이 공급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요인 가운데 하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시장에서 공급 부족과 부진한 수요상황이 혼재되면서 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의 전쟁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다만 석유 시장의 지배권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국들의 손에 넘어가는 중대한 변화가 발생, 지정학적인 상황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은 확실해졌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OPEC+ 감산 충격에 유가 상승론 부활…회의론도 많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