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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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종 라운드에서 1위와 2위가 6타 이상 벌어지면 사실상 뒤집기가 어렵다고 골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KLPGA 선수들이 워낙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큰 실수를 하지 않아서다. 올해로 45년을 맞은 KLPGA투어에서 6타 차 이상의 스코어가 뒤집힌 건 14번뿐. 3년에 한 번 일어나니 큰 이변인 셈이다.

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열린 2023년 국내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6타 차 선두인 이예원(20)의 우승을 장담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진 이예원의 마무리 능력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예원은 ‘2% 부족한’ 마무리로 우승 한 번 없이 준우승과 3위만 세 번씩 했다.

이번에 이예원은 다시 찾아온 우승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이예원은 이날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이예원은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데뷔 2년 차인 그가 33개 대회 만에 신고한 첫 승이자 올해 KLPGA 첫 대회 우승이다. 이예원은 “너무 오래 기다린 승리”라며 “이제 2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한때 7타 차까지 앞서간 이예원은 우승을 의식한 듯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 있다던 1m 안팎의 ‘쇼트 퍼트’가 말썽이었다. 7번홀과 10번홀, 13번홀(이상 파4)에서 모두 1m가 조금 넘는 퍼트를 넣지 못했다. 순식간에 3타를 잃으면서 전반에 2타를 줄이며 따라온 전예성(22)에게 2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다시 한 번 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이예원은 14번홀(파3)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이날 핀이 그린 앞쪽에 꽂혀 해저드와 핀 사이엔 6m 정도 공간밖에 없었다. 자칫 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그 공간을 피했지만 이예원은 그곳을 노렸다. 공은 예상한 지점에 정확히 떨어졌고, 1m 안쪽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이를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전예성과 박지영(27)이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