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의 기술 소유권을 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소송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입찰을 위한 정보를 미국 정부에 신고했지만 반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수원과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와 이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면 체코는 물론 다른 원전 수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낸 서류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입찰과 관련된 정보를 제출했다.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특정 원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할 때 미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 연방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부는 올 1월 한수원에 “해당 규정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미국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에너지부에 신고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는 미국 기업에 있기 때문에 한수원은 신고 주체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미 에너지부는 ‘수출통제 규정 절차상 해당 신고는 미국 기업을 통해야 한다’는 의견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며 “체코 원전 입찰 과정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미 원전 기업 간 지식재산권 해석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부분은 관련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와 기술 소유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한국의 원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은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인지 한국이 독자 개발한 기술인지가 쟁점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한국이 APR1400을 개발한 만큼 수출 때 미국 측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수원은 APR1400은 독자 개발 모델로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