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소로스, 100만 달러 지원설은 거짓…반유대음모론 우려"

"조지 소로스가 직접 선택하고 자금을 댄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수치스러운 인물이다.

" 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린 브래그 지검장을 비난하며 한 말이다.

트럼프야 위기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퍼붓길 좋아하는 인물이고 브래그 지검장은 집중 공격 대상이지만, 왜 세계적 금융인 소로스의 이름을 거론하는 걸까.

트럼프 수사 논란에 조지 소로스가 갑자기 소환된 까닭은
워싱턴포스트(WP)는 맨해튼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기소 결정을 한 이후 트럼프와 그 측근 공화당 의원들이 엉뚱하게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을 겨냥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린 브래그 지검장이 소로스로부터 100만 달러(13억1천500만원)를 받았고 그의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주장인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WP는 팩트체크를 했다.

브래그 지검장과 소로스를 연결하는 주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공화당 하원의원 등의 트위터에 '소로스 지원을 받는'(backed), '소로스 자금을 받는'(funded), '소로스의 지방검사'(DA) 등의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라이벌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성명에서 브래그 지검장을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맨해튼 지방 검사"라고 부르며 범죄인 인도 요청 시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WP는 그러나 소로스는 브래그 지검장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한 적이 없고, 그 대신 브래그 지검장이나 다른 진보적 검사 후보를 돕는 단체에 기부했을 뿐이라며 소로스에 대한 이런 집중적인 관심은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헝가리계 미국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소로스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소로스가 선거를 조작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배후에서 활동하는 부유한 조종자라는 반유대 음모론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수사 논란에 조지 소로스가 갑자기 소환된 까닭은
소로스가 공화당 보수진영에 요주의 대상이 된 것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2천700만 달러를 쓴 2004년 대선 때부터다.

소로스의 대변인 마이클 베숀은 소로스가 때때로 후보자에게 직접 기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민주당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지원하거나 '독립지출'(independent expenditure) 형태로 후보자 지원단체를 통해 후원했다고 말했다.

독립지출은 후보자 측과 협의 없이 독립적으로 우편물 발송 등으로 돕는 활동을 말한다.

소로스는 특히 마약중독을 범죄가 아닌 질병으로 취급하고 보석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에 1996년 이후 2억 달러(2천6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보수진영은 이런 개혁이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브래그 지검장이 소로스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주장은 소로스가 진보적 개혁 단체를 지원하고 이 단체가 브래그 지검장을 지원한 데서 비롯됐다.

개혁단체 '컬러 오브 체인지'는 2021년 5월 8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브래그 후보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유일한 흑인 후보라며 그의 선거운동을 위해 '독립지출'로 100만 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소로스는 6일 뒤인 5월 14일 컬러 오브 체인지에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WP는 소로스와 컬러 오브 체인지가 신중하게 조율한 듯 보이지만, 양측은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연방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컬러 오브 체인지가 브래그 후보를 위해 쓴 금액도 100만달러의 절반이 안되는 42만 달러(5억5천200만원)로 확인됐다.

WP는 또 뉴욕주 선거 기록에 따르면 소로스의 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브래그 후보에게 1만 달러(1천300만원) 이상을 기부했을 뿐, 소로스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로스 측과 브래그 지검장 측 모두 두 사람이 지금까지 만나거나 대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며, 소로스가 브래그 검사장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