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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공모펀드 부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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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열 증권부장
    [데스크 칼럼] 공모펀드 부활의 조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수 년간 국내 재테크시장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의 몰락으로 요약된다. ETF 시장 규모는 2010년 10조원 돌파 후 2019년 50조원으로 커진 뒤 지난달엔 90조원까지 팽창했다.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는 ‘펀드 열풍’ 정점이었던 2008년 69조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15조원으로 5분의 1 토막 났다.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매년 크고 작은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수수료가 싼 온라인 판매망을 도입했으며 자투리 펀드를 없앴고 펀드 공시도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도 공모펀드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을 돌리지 못했다.

    운용업계는 정부가 공모펀드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엔 ETF로 상장하면 공모펀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요구도 하고 있다.

    잇단 대책에도 활성화 실패

    이런 요구대로만 하면 정말 공모펀드가 부활할까. 지난달 출시하자마자 순식간에 목표 금액 300억원을 팔아 치운 VIP자산운용의 공모펀드 ‘VIP 더 퍼스트 펀드’는 이 물음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가치투자’를 앞세우며 2003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뒤 2018년 사모 전문 운용사가 됐다가 작년 하반기 공모 운용사 인가를 받은 운용사다.

    고유 자금 34억원을 펀드에 투입해 공모펀드 최초로 손익차등형 구조를 짠 게 주효했다. 펀드 손실은 10%까지는 운용사만 보고 수익이 나도 15%까진 운용사가 보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15%를 넘는 수익이 나면 그제야 초과 수익의 35%를 성과 보수로 받는다. 공모펀드도 경쟁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사실 손익차등형 펀드는 공모만 처음이었지 사모 및 일임자문 형태로는 이미 3~4년 전부터 인기를 끈 상품이다. 성과연동형 보수는 더욱 오래된 유형이다. 플러스 수익을 내야만 그 수익의 20~30%를 운용보수로 받는 사모 및 일임자문 펀드는 수두룩하다.

    우수 매니저 유입되게 해야

    필자는 이런 차이가 우수한 펀드매니저, 궁극적으론 투자자가 공모를 떠나 사모·일임자문 시장으로 이동하게 한 핵심 원인이라고 본다. 사모펀드 운용으로 연봉을 5배, 10배 더 받는데 어떤 우수 매니저가 공모펀드에 남아 있겠는가. 코스피지수가 벤치마크라며 20% 손실이 나도 또박또박 보수를 떼가는 공모펀드와 손실을 내면 운용보수가 날아가는 사모펀드 중 투자자가 어느 쪽에 돈을 맡길지는 자명하다.

    문제는 사모·일임자문은 3억~5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만 누릴 수 있는 상품이란 점이다. 일반 샐러리맨도 소액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식형 공모펀드를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 자산 운용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 모든 개인이 2400개에 달하는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주식과 700개에 달하는 ETF 중 유망 종목·테마를 스스로 골라 적정 매도 타이밍을 잡아가며 장기간 수익을 낼 수는 없다.

    운용업계와 금융당국은 성과 연동이 한층 강화된 공모펀드시장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우수한 펀드매니저가 다시 돌아와야 공모펀드도 살아나고 고객도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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