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 4월 8~22일 두산아트센터 공연
3년에 걸쳐 완성…"레미제라블, 다양한 인간군상 이야기로 판소리화하기 적격"
웅장함에 풍자와 해학까지…100분 판소리로 만나는 '레미제라블'
연극과 뮤지컬, 영화로 각색되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불멸의 고전 '레미제라블'이 이번에는 판소리로 만들어져 관객들을 만난다.

장씨, 가열찬, 방미영 등 우리 주변에 있음 직한 이름의 인물들이 펼치는 풍자와 해학의 '레미제라블'이다.

창작집단 입과손스튜디오는 '판소리 레미제라블 - 구구선 사람들' 공연을 오는 4월 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연다고 28일 밝혔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쓴 원작 소설의 줄거리와 중심인물들을 그대로 둔 채 '세상은 한 척의 배'라는 새로운 설정을 넣어 만든 100분짜리 판소리다.

원작의 비장함과 웅장함에 우리 판소리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더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어느 곳의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모두 한 배(구구선)에 타고 있다는 설정. 뭍에 닿기를 바라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구구선 사람들'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상징한다.

유현진 책임프로듀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한 세기를 압축하는 이야기인 '레미제라블'이 (판소리로 만들기에) 적격이었다"면서 "암흑 같은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와 진보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와 그 안의 우리를 비춰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발장, 팡틴, 마리우스, 가브로슈 등 원작의 인물들은 장씨, 방미영, 백군, 가열찬 등 우리 주변에 있음 직한 이름들로 다시 태어났다.

웅장함에 풍자와 해학까지…100분 판소리로 만나는 '레미제라블'
소리꾼 이승희가 전통 소리로 전체 판을 이끌면서 화자와 등장인물을 넘나들고, 고수 김홍식이 소리판의 중심을 잡는다.

소리꾼 김소진은 가열찬 역을 맡았고 배우 백종승이 백군 역으로 무대에 선다.

소리꾼과 고수 중심의 전통판소리에 배우, 싱어송라이터, 드러머 등이 가세해 종합 공연예술로 만들었다.

또한 엄숙하고도 비장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 한바탕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판소리식 재담과 유머 코드도 곳곳에 배치해 극의 재미를 높일 계획이다.

'구구선 사람들'은 2020년부터 3년간의 창작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2020년 '판소리 레미제라블' 토막소리시리즈 팡틴 편을 시작으로 2021년에 마리우스와 가브로슈 편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3월 완창형 판소리 '구구선 사람들'을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초연했다.

주변 인물들을 다룬 여러 토막소리가 모여 완창 판소리가 되는 전통판소리의 구전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이향하 입과손스튜디오 대표는 "레미제라블은 누구나 공감할 명작이지만 완독한 사람이 드물고, 영화나 뮤지컬로 만났을 때 한국(상황에) 빗대어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판소리를 통해 동시대 관객에게 다가가는 '한국판 레미제라블'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입과손스튜디오가 두산아트센터와 공동기획·제작했다.

오는 9월에는 경기도 광명과 경북 영덕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