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달 9일까지 약 270㎞ 여정 나서…초중고생 17명도 참여
경복궁에서 안동까지…454년 전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 걷는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은 그의 나이 69세에 이조판서로 임명되자 관직을 사양한다.

임금과 조정 신료들이 만류했으나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끝에 결국 퇴계는 1569년 3월 4일 귀향 허락을 받아냈다.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더 큰 일을 하길 바랐던 그의 '마지막' 귀향길이었다.

약 450년 전 퇴계가 걸어간 길을 따라 그의 삶과 정신적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경상북도와 안동시, 도산서원은 27일 서울 경복궁 사정전에서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 개회식을 열고 14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귀향길 재현 행사는 올해로 4번째다.

2019년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주최로 열린 행사는 이듬해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에는 인원을 줄이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원거리 중계 방식으로 재개했다.

올해는 초등학생 2명, 중학생 9명, 고등학생 6명 등 학생 17명을 포함해 45명이 함께 걷는다.

퇴계학을 공부하는 학자뿐 아니라 다른 학파의 후손, 기독교인 등도 있다고 행사 주최 측은 전했다.

경복궁에서 안동까지…454년 전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 걷는다
경북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 어린 학생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이 제대로 참여할 기회를 누리게 됐다"며 "초등학생 두 딸을 데리고 걷는 어머니도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다음 달 9일까지 하루 평균 20㎞ 이상 걸을 예정이다.

이들은 지금의 동호대교 인근인 두뭇개 나루터부터 경기 여주 배개나루, 충북 충주 가흥창, 제천 청풍 관아, 경북 영주 죽령 옛길 등을 거쳐 5개 광역 시도와 17개 시군구를 지나게 된다.

퇴계의 사상과 학문 세계를 배울 기회도 마련된다.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배병삼 영산대 교수, 강구율 동양대 교수 등이 일일 강사로 나선다.

퇴계가 왜 서원 운동을 펼쳤는지, 당시 조선의 선비 사회가 어떠했는지 묻고 배울 수 있다.

12일 차인 다음 달 7일 영주 이산서원에서는 퇴계가 지은 시조인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을 소재로 한 공연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학문 수양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재현 행사는 퇴계의 가르침이 남아있는 도산서원에서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실천과 공경, 배려, 존중의 선비 정신을 실천하고 서원을 통한 지방 인재 양성, 지역공동체 형성 등 지방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가르침을 되새겨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경복궁에서 안동까지…454년 전 퇴계의 '마지막 귀향길' 걷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