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뤄왔던 결혼식을 하려는 예비부부들이 몰리면서다. 황금 시간대인 주말 낮 예약은 이미 올 상반기까지 마감된 곳이 대부분이다. “(식장이 꽉 찬 탓에) 결혼을 연말이나 내년으로 넘겨야 할 것 같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비용은 더욱더 부담이다. 결혼정보업체의 ‘2023 결혼 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예식비용은 평균 1390만원으로 전년의 1278만원보다 8.76% 증가했다. 이 중 예식홀이 1057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국 호화 청사 활용법

[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공공 청사를 예식장으로 개방하라
그런데 결혼식에 안성맞춤인 공간이 전국에 널려 있다. 요지마다 들어서 있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호화 청사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내부 임직원과 자녀에게만 예식을 허용하는 곳이 상당수다. 권위적인 청사 문을 열어 주말 시민들에게 예식장으로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 대부분 멋들어진 강당과 넓고 편한 주차장을 갖추고 있어 하객을 맞기에 안성맞춤이다. 식사는 케이터링 서비스로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식당을 활용한다면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물가가 오르고 이자가 뛰는 데다 세금까지 늘면서 서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명목 임금은 소폭 늘었다고 하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 소득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청사를 예비부부에게 개방하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생활 복지가 될 것이다. 이런 방안은 현장에 널려 있다. 지역 내 초등학생들에게 하교 후 저녁밥을 제공하는 ‘어린이 전용 식당’이 좋은 예다. 서울 강동구는 집에 홀로 있는 아이들 식사 때문에 일손을 놓고 허겁지겁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한 끼 2500원만 받고 자녀들에게 저녁을 주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로부터 ‘체감 효과 최고인 진짜 복지’라는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퍼주기 대신 생활 복지로

올해 전체 예산 639조원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205조8000억원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1.6%에 달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비 비중은 57.2%에 달한다. 평균 재정 자립도가 45.3%에 불과할 정도로 파탄 난 살림에 돈을 살포하는 현금 복지 경쟁은 도를 넘고 있다. 소풍비, 효도비, 심지어 청년 탈모비 지원까지 종류만도 2000가지가 넘는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주관적 복지 만족도는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현금 살포식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감도도 낮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중심의 생활밀착형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복지 만족도는 돈의 규모가 아니라 국민의 가려운 곳을 얼마나 긁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복지 서비스가 만족도가 높고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은 검증된 정설이다. 아이디어는 일선 공무원에게서 나온다. 여기서 굳이 공무원의 경쟁력이나 탁상행정, 복지부동을 조장하는 성과 보상 시스템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월급을 주는 주인인 국민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애정이 요구되는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