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인 전기차들이 본격 선보인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생산비용을 절감해 실구매 가격을 3000만원대까지 끌어내리면서다.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의 전기차인 '토레스 EVX'에 중국 BYD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BYD는 중국 CATL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이다.LFP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흔히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NCM 배터리의 60% 정도, 가격은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역시 보급형 모델에는 LFP 배터리를 쓴다.토레스 EVX의 흥행을 위해선 최소 300km 중반대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4000만원대 중반 가격대가 필수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 실구매가 3000만원대가 가능해진다.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도 경쟁 차량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토레스 EVX가 출시될 경우 실질적으로 경쟁할 차량인 현대차 코나EV(가격 미정)와 기아 니로EV(5070만원) 대비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코나EV와 니로EV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지만, 모두 NCM 배터리가 적용돼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현대차와 기아도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 생산을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 차량의 가격이 3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도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기존 전기차 라인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글로벌 업체들도 반값 전기차 공략에 나섰다.폭스바겐은 최근 소형 해치백 'ID.2all(ID.2올)'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ID.2올의 가격은 2만5000유로(약 3495만원) 이하로 책정할 방침이다. ID.2올은 3000만원대 가격에도 1회 충전 시 최대 450km(유럽 WLTP 기준) 주행거리와 첨단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ID.2올뿐만 아니라 향후 2만유로(약 2796만원) 이하 전기차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제너럴모터스(GM)도 소형 SUV '이쿼녹스 EV'를 올 3분기 북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GM 자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약 300마일(약 483km)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이쿼녹스 EV의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정도다. 기존 GM이 선보인 전기차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하다. GM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을 기반으로 저렴한 차량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했다.테슬라 역시 저가형 전기차 '모델 2'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테슬라 인베스터 데이에서 반값 전기차 출시에 대한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언급해왔다.중국 브랜드는 이미 소형 전기차 등 저가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미 소형 전기차 부문에선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보다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하이GM우링의 초소형 전기차모델 '홍광 미니'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6만3400대가 팔리며 전 세계 전기차 모델 판매 3위를 기록했다.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인프라는 확대되는 반면 보조금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추세라서다. 때문에 업계는 향후 소비자들이 '충전 인프라'보다 '전기차 가격'에 더 민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단순 제품 출시 외에도 관련 플랫폼, 전용 소프트웨어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사진)은 21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로봇 사업 확대에 총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추가 매입 배경과 전략을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인수합병(M&A) 시기와 관련해선 “보안 사항”이라며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가능하냐는 질문에 “(연내가) 목표지만 상대방 입장도 있기 때문에 잘 맞춰가겠다”고 했다.한 부회장은 “로봇을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갖고 가겠다고 주주총회 때 말씀드렸다”며 “그 방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리서치에 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고, DX에선 로봇사업팀이 ‘EX1’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로봇 플랫폼은 당장 구체적인 방향을 정한 건 없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로봇 관제·통제 등 여러 방면에서 플랫폼 운영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한 부회장은 “협동 로봇을 비롯해 많은 분야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외부 투자 및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이날 삼성전자로부터 출자받아 조성한 펀드로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에 3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해당 펀드에는 삼성전자가 지분 95%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삼성전자의 외부 기업 투자는 직접 인수합병(M&A)을 하거나 삼성벤처투자가 스타트업에 지분을 사들이는 식으로 이뤄진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미국 23개 주(州) 정부의 법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기아에 차량 도난 방지 조치를 서둘러줄 것을 촉구했다.이들은 이날 현대차·기아에 공식 서한을 보내 “현대차·기아가 차량 도난 증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또 소프트웨어 지원이 불가능한 차량 소유자에게 이를 대체할 보호 수단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지난해 8월부터 미국에서는 현대차·기아 차량을 훔치는 범죄가 유행했다.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적용되지 않는 2021년 11월 이전 출시된 차량이 대상이다. ‘기아 보이즈’ ‘기아 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를 통해 범죄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차량 830만 대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미 교통당국에 보고했다. 현재까지 210만 대 차량에 대한 안내를 마쳤다. 하지만 23개 주 법무부는 범죄를 막기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