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對日) 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용산 총독'에 빗대는 등 비판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국민의힘은 "외교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면서 엄호에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회의실 백보드에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문구를 새기고 연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빌미로 왜곡과 가짜뉴스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심지어 민주당 최고위원(장경태 의원)은 '용산 총독'이라는 막말까지 써가며 외교 성과를 폄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외교 성과에는 눈 감고, 누가 더 망발하는지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용산 총독'이라고 깎아내리는 추태는 국민과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익엔 관심 없고 권력에 눈이 멀어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민주당의 모습이 참 부끄럽다"며 "민주당, 그들에겐 영원한 반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자존심을 밟고 있는 것은 바로 부패와 범죄 혐의자를 비호하며 민주주의와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민주당 자신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굴욕 외교'로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 외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610여개 시민단체의 대일 외교 규탄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어 장경태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용산 총독'에 빗대는 등 비판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익과 역사를 팔아넘기는 치욕적 회담이었지만 얻은 건 하나도 없다"며 "용산 총독이 일본 총리를 알현하러 간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했는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엔 반대했는가, 일본과 소파 협정이라도 맺을 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일본에서 박수받고 국민에겐 비난받으니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내줬으면 우리 동포가 아닌 그 나라 국민들이 박수를 치냐"면서 "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거리 곳곳 규탄 집회를 열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데 일본 사람에게 박수받은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이냐.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다고 발표했는데, 뭐가 유리해졌는지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