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의 인수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매각 금액을 비롯한 인수 조건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다른 뉴스가 흘러나올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지만 스위스 국립은행을 비롯한 스위스 금융당국의 중재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위기 때마다 돋보였던 스위스 국립은행을 비롯한 스위스 금융당국의 역할이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위스 국립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신속한 대처로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스위스 국립은행은 스위스 연방 은행위원회(SFBC) 및 금융시장 감독기관(FINMA)과의 자주 만나는 등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인한 스위스 대형 은행 UBS의 피해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실제 2007년 UBS 한 해 손실은 약 210억 스위스 프랑이었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곧바로 UBS에 600억 스위스 프랑의 구제금융 투입했다. 또 부실채권 매각 및 긴급 손실 보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크레디트스위스 사태에도 스위스 국립은행은 비교적 빠른 대응으로 위기 확산을 막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면서 15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30.8% 급락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 우려를 증폭시켰다.

스위스국립은행과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즉각 대처에 나섰다. 15일 바로 “필요한 경우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엔 크레디트스위스에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대출을 승인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둘러싸고 UBS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데도 스위스국립은행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요일 글로벌 증시가 문을 열기 전에 협상을 타결시켜야 전 세계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안전 통화로써 스위스프랑이 부각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스위스프랑은 국제 정세가 불확실하고 금융위기 우려가 있을 때마다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았다. 2010~2011년엔 영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스위스프랑의 몸값이 치솟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0.99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던 스위스프랑 가치는 20일 오전 11시 현재 1.08 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