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은 이미 기득권…정부·기업 탓만 하지 말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탈퇴 압박에도 고용노동부가 만든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한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사진)은 “양대 노총 조합원 상당수는 이미 상위 50%(에 해당하는) 기득권층”이라며 “재벌, 정부 탓만 하지 말고 먼저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대기업·공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적게 올리고 하청업체 등 취약계층의 임금을 더 올리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주 최대 69시간 근무’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임금보다 (근로)시간을 중시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연장근로를 원한다”며 “근로시간 개편 문제는 실사구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한 사무총장은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83학번으로,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해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 명동성당투쟁동지회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이후 2001년까지 세 차례 감옥을 다녀왔다. ‘전투적 노동운동’을 해왔지만 노동운동이 조합원 이익만 대변하며 취약계층을 외면한 것에는 줄곧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2일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에도 전문가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태일재단에 공문을 보내 상생임금위 탈퇴와 재단 사무총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인데 어찌 그럴 수 있냐’며 떨어져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라며 “지불 능력·근로기준법 바깥의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해 상생임금위에 계속 참여해 일하겠다”고 했다. 한경과의 인터뷰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책임만 따지고 있을 것인가”라며 “이제는 노동계가 앞장서서 풀어보자는 거다. 그게 상생임금위에 들어간 이유”라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도 바깥노동(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한 다수는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면서 2만달러도 안 되는 소득으로 살아간다”며 “이들에게 2만달러와 3만달러의 중간, 즉 연소득 3000만원은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타협이 해법이라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당장 되지는 않겠지만 상생임금위에서 무언가 작은 성과를 내면 노동계에서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노사단체만 앉혀 놓거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면 안 되고 더욱 확장한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기 위해선 노사가 서로 가장 필요한 부분을 주고받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재벌해체론자였지만 세계 10위권 경제를 일구는 데 재벌의 긍정적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전문경영인과 달리 무한책임을 지는 오너 경영도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도 노조에 대한 적대를 거두고 노조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대화 참여와 관련해서는 “들어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갈등이 심한 곳이 노사관계와 정치 분야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형님, 동생 하며 공생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했지만 이제는 ‘적대적’이라는 말도 희미해진 게 현실”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대화에 복귀하려면 더 강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사진=이솔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