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발(發) 은행 위기 여파에다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 전망이 확산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요인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연 3.5%로 3.0%포인트 올랐다. 한은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은 1.3%포인트 하락했고, 경제성장률은 1.4%포인트 낮아지는 누적 효과가 있었다.

한은은 지난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 3.75%로의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하고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이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Fed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5%로 0.5%포인트 인상했지만, 앞으로의 금리 경로를 안내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앞서 한은이 연 3.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연내 동결로 수정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하지 못한 SVB 사태로 금융 불안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고 Fed의 최종 금리 기대도 낮아졌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한은이 금리 동결에서 더 나아가 인하로 선회할지는 미지수다. 박기영 한은 금통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맨데이트(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