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글로벌마켓나우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부진했습니다. 다만 오전장 급락세를 보였던 걸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증시가 일시 큰 폭 하락했으나 스위스 금융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0.70% 떨어진 3,891.93, 나스닥지수는 0.05% 오른 11,434.05, 다우지수는 0.87% 밀린 31,874.57로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CS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추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우디국립은행(SNB)은 “관련법 때문에 은행에 10%를 넘는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SNB는 작년 말 CS 증자에 참여하며 CS의 지분 9.9%를 확보한 사우디 최대 상업은행입니다.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우린 모든 규정을 초과 준수하고 있다”며 “유동성 기반이 탄탄하다”고 강조했으나 시장이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CS 주가가 급락하고 부도 확률이 뛴 게 대표적입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CS 주가는 13.9% 떨어졌습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5년물 프리미엄은 984로, 하루사이 두 배 올랐습니다. 경쟁사인 UBS 대비 10배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의 퍼스트 리퍼블릭은행(FRC)은 CS 여파에다 채권 등급 강등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주가가 21.4% 급락했습니다.

S&P는 퍼스트 리퍼블릭은행의 장기채 등급을 종전 A-에서 BB+로 4단계나 떨어뜨렸습니다. “예금 인출 위험이 여전히 높고 순이자 마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이유입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자산 편중도도 높다고 했습니다.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5일(현지시간) 하룻새 두 배 급등했다. CNBC 제공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5일(현지시간) 하룻새 두 배 급등했다. CNBC 제공
다른 특징주로는 기술주를 꼽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1.78%, 알파벳 2.44%, 메타 1.92%, 아마존 1.39%, 넷플릭스 3.0% 등을 기록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 CEO인 캐시 우드의 아크혁신 상장지수펀드(ETF)엔 전날 약 4억달러가 유입됐을 정도로 자금 유입 흐름이 거셉니다. 2021년 4월 이후 최대로 유입된 겁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기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가 커진 게 첫 번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Fed가 피봇을 선언하고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면 성장주인 기술주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5일(현지시간) 14%가량 급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5일(현지시간) 14%가량 급락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다음주 수요일(22일)로 다가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만 올릴 확률이 높다는 게 페드워치의 추정입니다. 아예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금값은 올랐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연 3.51%로, 전날 대비 13bp 내렸습니다. 통화 정책 변화를 잘 반영하는 2년물 금리는 27bp나 떨어진 연 3.93%를 기록했습니다. 금융 불안에 안전 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채권값이 오르고 금리는 밀렸습니다.

경기 침체 신호도 조금 커졌습니다.

2월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 대비 0.1% 하락했습니다. 시장 예상치(0.3% 상승)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4.6% 상승으로 둔화했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 대비 0.1% 하락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4.6% 증가에 그쳤다. 미 노동부 제공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 대비 0.1% 하락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4.6% 증가에 그쳤다. 미 노동부 제공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4% 하락했습니다. 1월엔 전달 대비 3.2% 급등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1.2%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경기 부진 걱정에다 금융 불안까지 겹친 탓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확보 경쟁이 대출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들 사이에서 자금 긴축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산 2500억달러 이하의 중소형 은행이 미국 전체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합니다.

소비 부진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더 밀렸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4월 인도분 가격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전날 대비 3.72달러 하락한 배럴당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3.76달러 떨어진 73.6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EIA)이 원유 재고가 충분하다고 밝히면서 하락세를 키웠습니다. 지난 10일로 끝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55만배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10만배럴 증가보다 증가 폭이 컸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만 올릴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페드워치 제공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주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만 올릴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페드워치 제공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시중에 대규모로 풀린 ‘쉬운 돈’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며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며 “(은행권의) 자산·부채 불일치가 두 번째 도미노를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전세계 동시 다발적인 도미노가 물가를 더 오랫동안 고공행진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 물가는 향후 수 년간 3.5~4% 선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마이크 노보그래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은행권 위기가 경제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더 취하지 않으면 전염이 확산할 거고 증시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화가 지나치게 많이 풀린 게 원인인 만큼 암호화폐 수혜도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올 하반기 기업 실적이 저조해지며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며 “다만 Fed가 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내년 전망을 밝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다음주 FOMC에선 금리를 25bp 인상하게 될 것”이라며 “제롬 파월 의장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진 완화적인 언어를 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Fed는 올해 6월부터 금리를 다시 낮추기 시작할 것이란 게 시걸 교수의 생각입니다.

이날 ‘조재길의 글로벌마켓나우’ 방송의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유럽 위기 확산…당국 또 신속 개입 ② Fed, 3월 동결? ③ 더 세진 침체 신호 ④ 캐시 우드 펀드에 밀물 ⑤ 채권·원유·금값은? ⑥ 핑크 CEO의 예언 등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