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즉시 매매대금 지급한다는 말에 속아"…일당 3명 구속기소

"눈 뜨고 코 베였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
자신의 농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의 말에 속아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매매대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 A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눈뜨고 코 베여" 농지 거래하며 근저당권 설정해줬다 억대 피해
A씨는 지난해 7월 25일 여주시 소재 토지 13필지(2천700여평)를 매도하기 위해 모 법무사 사무실에서 매수인 B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B씨는 12억원에 A씨의 농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해당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B씨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발급 받는 데에 10여일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에 토지를 타인에게 매도하거나 압류가 들어오면 안 되니 형식적으로라도 근저당권을 설정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저당권 설정 등기 신청 서류를 접수하면, 그 즉시 토지 대금 12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해주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법무사 사무실에 B씨 외에도 B씨가 데려온 또 다른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 등이 함께 있었고, 사무실 바로 앞에 법원 등기소(수원지법 여주지원 등기계)가 있었기에 큰 의심을 하지 않고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했다.

이후 법원 등기소에서 근저당권 설정 신청을 완료했지만, B씨는 "곧 입금해주겠다"는 말을 한 뒤 통화를 핑계로 잠시 자리를 비우고는 그 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실제 근저당권 설정 신청은 A씨의 토지에 대해 채권자를 수도권의 한 대부업체로, 채무자를 B씨로 하는 채권 최고액 15억원 상당으로 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근저당권 설정 신청은 B씨 측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가 법원 등기소에 방문해서 했는데, A씨는 이 과정에서 관련 서류가 변조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B씨는 이를 이용해 대부업체에서 6억원 상당을 대출받아 잠적해버렸다.

A씨는 "정말 눈 뜨고 코를 베인 것 같다"며 "농지 거래 시 근저당권 설정을 요구하는 수법의 사기에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법원 등기소에 피해를 알렸는데도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는 주장도 했다.

A씨는 B씨가 "통화를 하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간 지 1시간여 만에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아채고 곧바로 법원 등기소로 가 근저당권 설정 취소를 요청하는 한편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마침 법원 등기소 담당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가 끝난 같은 해 8월 1일 복귀했으나, 담당자는 A씨의 요청에도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내줬다.

A씨는 "사건 당일 법원 등기소로 가 피해를 알리고 근저당권 설정 취소를 요청하면서 경찰에 고소한 사실까지 말했는데 등기를 내주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사건 발생일인 7월 25일부터 법원 등기소 담당자 복귀 일인 8월 1일 사이 여러 차례 방문 및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법원 등기소 관계자는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므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눈뜨고 코 베여" 농지 거래하며 근저당권 설정해줬다 억대 피해
한편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B씨를 지난 3일 구속기소 했다.

앞서 B씨와 범행을 공모한 C씨와 D씨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중 가장 먼저 기소된 C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B씨 등에 대한 재판이 한창인 가운데 A씨의 추가 고소에 따라 경찰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B씨 측 법무사 사무실 관계자와 대부업체 알선인 등 4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이 대출받은 후 잠적해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끈질긴 수사 끝에 모두 검거했다"며 "남은 수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