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자동차회사인 테슬라가 중국 BYD(비야디)의 배터리를 쓰지 않기로 했다. BYD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잇단 화재 사고로 품질 이슈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주문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점유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요청에 따라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두 회사 간 ‘밀월 관계’는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 테슬라, 中 BYD 배터리 안쓴다…LG엔솔·CATL 반사이익 '기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저가형 트림(세부 모델)인 모델 3 스탠더드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 계약이 만료된 올초 BYD에 추가 공급을 요청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용 저가형 트림에 사용하기 위해 BYD에서 10GWh 배터리를 받아 써 왔다.

중국에서 자사 배터리를 적용한 BYD의 전기차 화재 사고가 수차례 이어지며 품질 문제가 촉발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BYD는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칼날처럼 얇고 긴 모양의 셀)가 열관리 효율이 뛰어나 화재 위험이 작다고 주장해 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BYD의 설명과 달리 사고가 잦아지자 테슬라는 BYD 배터리를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며 “BYD가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 전기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등 테슬라와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도 계약 종료의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사진=한경DB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의존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유럽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북미에선 파나소닉 제품을 쓰고 있다. BYD의 빈자리를 기존 업체가 채울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요청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막바지 단계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를 기반으로 연구 중이다. 테슬라는 소형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대 전기차(모델 2)를 개발 중인데, 여기에 들어갈 LFP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 업체의 현지 진출이 사실상 제한된 데다 파나소닉은 증설에 소극적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유럽도 14일 핵심원자재법(CRMA)을 공개하며 배터리의 역내 생산을 강제할 예정인데, 중국 주요 배터리회사 가운데 독일에 공장(연 14GWh)을 둔 CATL 외에 유럽에 현지 공장을 보유한 업체는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폴란드공장 외에 (테슬라에 납품할) 유럽 원통형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확대를 위해 엘앤에프 등으로부터의 양극재 납품을 늘리고 있지만, 필요한 배터리를 모두 자체 생산할 수는 없다”며 “생산 중인 4680 배터리 역시 에너지 밀도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공급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