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오늘] 北, '주체섬유' 비날론 박사 리승기 띄우기 눈길
북한이 '주체 섬유'로 부르는 비날론의 개발자 리승기(1905∼1996) 박사를 조명해 관심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주체적인 화학공업 창설에 크게 공헌한 과학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승기 박사가 주체적인 비날론 공업을 창설하고 화학 공업의 자립적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며 그의 약력과 업적을 소개했다.

전남 담양 출신인 리승기는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으며 1939년 일본 교토제국대학에서 응용화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그해 나일론에 이은 세계 2번째 합성섬유인 비날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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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날론은 석탄으로 만든 폴리비닐알콜(PVA)계 합성섬유로, 화학약품에 강하면서 천연섬유에 가까운 특성이 있다.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회석이 기초 원료인데다 전통 옷감인 면(무명)을 대신할 수 있어 '주체 섬유'로 불리지만 뻣뻣하고 염색이 어려워 실용성은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광복 후 귀국한 리승기는 서울대에 응용화학과를 세우고 초대 공과대학장에 취임했지만,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지시를 받은 북한 간부의 설득으로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그는 1952년 북한 국가과학원의 화학연구소장을 맡았으며 1956년 첫 비날론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1960년 8월 설립된 함흥분원 초대 원장이 된 뒤 비날론 공업화 실현에 앞장서 1961년 5월 대규모 비날론 공장 준공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리승기는 모비론 합성 섬유 공업화, 새 합성고무·살초제 개발 등 성과도 냈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부문 최고의 상훈으로 꼽히는 '김일성상 계관인'을 비롯해 '인민상 계관인', '노력영웅', '인민과학자' 등 칭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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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석은 1960년 병원에 입원한 리승기를 위해 자신이 받은 보약재를 친서와 함께 전달하고 1970년 11월 리승기 숙소를 방문하는 등 최고 과학자 예우를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리승기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물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추모할 과학, 문화예술, 체육 인사로 리승기를 가장 먼저 거명했다.

리승기 후손들도 박사와 석사, 공훈예술가를 포함해 대학 졸업자가 20여명에 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맏아들 리종과는 인민과학자·후보원사·교수·박사로, 김일성종합대학 화학부 촉매화학연구소에서 연구사로 일하고 있으며 그 부인 리정숙씨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출판사에서 여성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첫째 아들 승일씨는 김책공대 연구사, 둘째 아들 명일씨는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 딸 옥이씨는 김책공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리승기는 순수 과학자를 넘어 핵 개발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화학무기 개발을 선도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합동참모본부 자료 등에 따르면 리승기는 '북한 핵 개발의 태두' 도상록(1903∼1990), 한인석 등과 핵 연구를 선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발행된 '합참'지에 따르면 리승기는 북한이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내폭형 플루토늄 핵무기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이런 공로로 김일성 훈장을 두 차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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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