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튤립축제는 잊어라"...스토리 담긴 공간으로 '승부수'
튤립축제와 장미축제 등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30년 전통의 축제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놀이공원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에서다. 에버랜드는 ‘시그니처 축제’를 즐기기 위한 장소보다는 환상의 세상을 방문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흥행 보증수표’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정병석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장 (부사장·사진)은 9일 에버랜드 블로그 기고문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결정했다”며 “고객의 동심과 상상이 경험이 되는 에버랜드만의 ‘세계관’을 창조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꾸미게 될 ‘에버랜드 세계’는 방문객들이 에버랜드를 더 의미 있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밑그림’”이라며 “시즌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버랜드의 튤립축제와 장미축제는 지난 30년간 관람객을 가장 많이 불러 모으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정 부사장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쉽게 만들어지고 널리 유통되는 콘텐츠는 쉽게 잊히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시대일수록 경험을 통해 사람 간 친밀감을 쌓는 것이 테마파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오는 17일 ‘페어리 타운’을 시작으로 고유의 세계관을 선보인다. 첫 번째 세계관은 에버랜드의 대표 정원인 ‘포시즌스 가든(사계절 공원)’을 중심으로 펼쳐낸다. 요정이 모여 사는 마을을 뜻하는 ‘페어리 타운’은 요정 마을의 이미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에버랜드를 찾은 이들이 느끼는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 ‘에버토피아’라는 다른 차원으로 전달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했다. 에버토피아 속 요정들이 자신만의 신비로운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 행복 에너지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펼친다. 페어리 타운은 방문객들이 실제 요정 마을에 온 것처럼 다양한 요정을 만나 퀴즈 대결 등도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이 직접 요정이 돼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 부사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세계관 이벤트가 기존의 튤립축제, 장미축제 등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튤립과 장미로 장식했지만 에버랜드의 메인 테마는 더 이상 ‘꽃’ 그 자체가 아니다”며 “단순 조경이 아닌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변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