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규모 수억 달러…UAE 디르함화로도 결제

러시아와 인도가 미국 등 서방 제재를 피해 루블화 등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거래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달러 패권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 패권의 기둥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를 피해 아랍에미리트(UAE) 디르함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통해 러시아 원유를 거래하고 있다고 석유 거래업계·금융권의 여러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이 합의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된 가운데 지난 3개월간 달러 외 다른 통화로 이뤄진 인도와 러시아 간 원유 거래 규모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UAE 두바이 소재 거래상들과 가즈프롬·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일부 러시아산 원유를 달러화 외 통화로 거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도 은행 3곳이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와 UAE 아부다비에 소재한 러시아 MTS 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UAE 디르함화를 통한 원유 거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루블화를 통한 거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인도 최대 상업은행인 인디아 스테이트 은행이 러시아에 외국환 계좌를 두고 러시아의 많은 은행도 인도 금융권에 계좌를 갖고 있어 수주 전부터 이를 통해 루블화로 원유가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유업계의 한 소식통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부분의 러시아 은행이 제재 대상이 됐음에도 인도와 러시아의 러시아산 원유 거래 의지가 매우 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러시아가 다른 결제은행을 찾아낼 것이라면서 인도 정부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만큼 다른 결제통로를 통해 거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루블화 거래가 제재로 인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인도 루피화를 통한 무역 체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서방의 제재에도 인도와 러시아의 비달러화 원유 거래가 게속되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달러 패권이 잠식되고 있다는 지금까지 나타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국제무역에서 달러화의 패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달러 외 다른 통화를 이용한 소규모 거래를 불러와 달러 패권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달러는 주요 국제통화로 역할을 하겠지만, 소규모 '파편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러시아, 제재 피해 루블화로 원유 거래…'달러패권 잠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