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의 게임체인저 미래차] 테슬라에서 배워야 할 교훈
지난 1일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사는 ‘투자자의 날’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2016년 ‘마스터플랜 2’를 발표하고 7년 만에 내놓는 ‘마스터플랜 3’이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행사에는 새로운 플랫폼의 신차종 출시를 기대했고, 그것은 2년 전 배터리데이 행사 시 언급한 2만5000달러 수준의 ‘모델 2’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2030년 2000만 대의 순수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진력했다. 행사 이후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갑게 나타나 3월 2일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평생을 자동차산업에 몸담은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선 2030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현재 4개인 공장을 10~15개로 확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최상위 전략으로 비용 절감을 뽑았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반값 테슬라’라는 명제를 각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방안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개발 초기부터의 동시공학적 접근이었다. 개발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추고 디자이너, 설계자, 생산자, 부품업체가 개발 초기부터 같이 고민하고 함께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개발의 수직통합화다. 마치 휴대폰 사업의 애플이 자기만의 생태계를 조성하듯 핵심 부품에 대해 과감히 통합하고 수직화하겠다는 도전이다. 예를 들면 전 컨트롤러의 내재화가 그것이다. 자신이 구축한 전기차 생태계에서 핵심부품에 대한 거버넌스를 확실히 장악하려는 포석이며 리더만이 추구할 수 있는 전략이다.

둘째는 혁신에 대한 상세함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혁신은 차체를 분할해 제작하고 조립하는 모듈러 생산 방식이다. 5m에 해당하는 차체를 용접하고 이를 도장하는 전통적 프로세스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면서 공장 부지를 40% 절감하는 안이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는 실리콘 카바이드를 75% 절감하며, 모터에 삽입되는 희토류를 없애는 획기적 방안도 제시하면서 공장 부지는 절반이 되도록 했다. 더불어 전기전자 아키텍처에 대한 혁신을 몇 가지 언급했는데 예를 들면 저전압 전기체계를 현재의 12V에서 48V로 전환하고 와이어링 하네스의 복잡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구역별(Zonal)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금년 내에 출시할 ‘사이버’ 트럭에 적용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리고 완전자율차 실현을 위한 영상처리 인공지능 아키텍처, 데이터, 컴퓨터에 대한 개발 현황을 공개함으로써 그동안 쌓아온 이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재삼 각인시켰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영상 데이터에 대한 학습 프로세스도 설명하면서 이를 인공지능 기법으로 강화하고 있다.

셋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제시했다. 연간 1테라와트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산업주택용 에너지 저장에 대한 솔루션 ‘메가팩’에서 얻은 자신감을 중앙 내지는 분산처리 발전에 대한 에너지 저장 솔루션으로 보여줬다. 화석연료의 비효율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급의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을 효율화하는 솔루션인 ‘슈퍼차지’를 타사에 오픈하면서 전기충전 네트워크 확산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최근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다. 이들이 전개하는 혁신의 연속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회사의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고 있다. 우리도 뒤지지 않도록 비판보다는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뛰어넘으려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