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골디락스' 정말 올 수 있을까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빈집 식탁에는 수프 세 그릇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막 끓여서 뜨겁고, 하나는 식어서 너무 차가웠다. 소녀가 선택한 마지막 하나는 먹기에 딱 좋은 온도였다. 배가 불러 졸음이 오자 침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돌처럼 딱딱하지 않고, 너무 쿨렁거리지도 않는 적당한 쿠션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금발머리를 묶은 이 소녀의 이름은 ‘골디락스(goldilocks)’. 요즘 미국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힘 받는 '노 랜딩' 시나리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4년 중국이 9.5%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 상승이 수반되지 않는 것을 일컬어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즉 고성장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리키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1월 연 0.25%였던 미 기준금리 상단은 연 4.75%까지 높아졌다. 경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프트 랜딩(연착륙)’이냐 ‘하드 랜딩(경착륙)’이냐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좋게 나오고 있다. 가장 견조한 고용부터 소매판매, 도매물가까지 기대 이상이다. 이 대로라면 긴축 충격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에 “우리는 연착륙에서 ‘노 랜딩(무착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랜딩은 경기 충격 여부에 방점을 찍었지만, 사실상 골디락스와 같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

골디락스 시대였던 2004년으로 가보자. 당시는 중국을 비롯한 인도, 러시아 등이 세계 경제에 새로 편입되면서 고속 성장을 이끌던 시기다. 저물가 속에서 소비는 활황을 구가했다. 지금과 비교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물가도 안정적이고 성장도 지속하는 이상적인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동화에서처럼 골디락스를 깨우는 곰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바로 고유가와 부동산 버블, 인플레이션과 같은 부작용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골디락스는 막을 내렸다.

물론 미국 경제가 인플레를 확실히 잡을지, 경기가 침체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예상보다 더 강했던 최근 경제 지표는 최종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증시만 애써 현실을 외면하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아닌지. 마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영화 ‘식스센스’의 유령처럼….

리사 샬럿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해야만 골디락스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물가가 빠르게 냉각해 저금리로 신속하게 복귀하는 것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너무 많이 나와 이제 식상한 경고로 들리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차분히 곱씹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