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 시기 및 액수를 기록한 메모를 새로운 증거로 공개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함께 기소된 이들은 김 전 부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사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통해 대선 자금 명목으로 4회에 걸쳐 약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다만 이 중 2억4700만원은 전달이 불발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돈은 6억원이라는 게 검찰 주장이다. 또 2013∼2014년 공사 설립,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총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Lee list(Golf)’라고 적힌 메모를 공개했다. 이는 남 변호사의 측근 이모씨가 정치자금을 전달한 이후 작성한 것으로, ‘4/25 1, 5/31 5, 6 1, 8/2 14300’이라고 쓰여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2021년 4월 25일 1억원, 5월 31일 5억원, 6월께 1억원, 8월 2일 1억43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돈이 정 변호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되고, 다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 하단 부분에는 ‘신 4350’, ‘5000/1000/4000/10000/5000’ 등의 숫자도 적혀 있는데, 검찰은 이를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흔적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신은 신O건설을 의미한다”며 “남 변호사가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한 후 4350만원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 외 숫자들도 각 건설업체와 같은 방법으로 부풀린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은 금액을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피고인이 6억원을 전달받은 사실도, 20억원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이씨가 4월 25일 정 변호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면 최소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준 시기는 4월 25일 이후가 돼야 한다”며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이 돈을 받은 시점을) 여전히 4월께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함께 기소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허위사실로 떠넘기는 게 (김 전 부원장의) 목적으로 보인다”며 “유 전 본부장은 선처를 받기 위해 자신의 죄를 모두 자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