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청구권 협정 인정…대법 판결도 존중"
2018년 전합 판결 때 대법관 2명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주장
[강제징용 해법] 피해자 손배소송 권리는…외교부 '모호'
우리 정부가 6일 일본 기업들을 대신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해법을 제시했으나 법적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정부가 1965년 일본 정부와 맺은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징용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인정한다면서도 2018년 이와 배치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다.

한일 양국 정부가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 해결을 위해 체결한 청구권 협정은 그 문언을 어떻게 해석할지, 효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둘러싸고 수십년간 논쟁이 이어졌다.

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은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정한다.

제2조 제3항은 '일방체약국(한 쪽 체약국)과 그 국민의 타방체약국(상대 국가)과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본 기업들은 이미 청구권 협정에서 양 국가와 국민이 상대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에 따라 소송은 무효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수씨가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하면서 "원고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따른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사이 재정적·민사적 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일본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이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같은 논리는 재상고를 거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0월 판결을 확정할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러나 청구권 협정의 효력에 대한 해석은 당시 대법관 사이에서도 달랐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청구권보상법과 희생자지원법이 모두 '인도적 차원'일 뿐이었고, 협상 과정에서 실무자가 강제징용 보상을 요구했더라도 정부의 공식 견해는 아니었다고 봤다.

전합에 참여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내 청구권 협정의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부분을 들어 "양국은 물론 그 국민도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대법관은 "대한민국이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뒤 청구권보상법, 희생자지원법을 제정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국민이 소송으로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청구권 협정을 위한 일본 정부와의 회담에서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본 개인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전합이 다수와 소수 의견으로 갈라진 것은 이후 논란의 불씨가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6월 전합의 판단을 뒤집고 피해자와 유족 총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 판결하면서 "전합 소수의견과 같은 취지"라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날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한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관련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청구권 협정에서 징용 문제가 다뤄진 것으로 인정했다"면서도 "그 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정부로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