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위스키와 MWC의 공통점…"가치를 판다"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에는 글렌피딕, 발베니, 라프로익 등 브랜드 증류장이 140개나 있다. 대다수가 자체 브랜드 위스키를 생산한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모든 증류장이 개성을 내세워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산업은 지난해 9조7000억원에 달한 수출액을 포함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흥미로운 것은 증류장마다 위스키 생산 과정을 관광자원화한 점이다. 글렌피딕이나 발베니 같은 증류소는 2~6개월 전에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다. 입장료 30~50파운드(약 4만8000~8만원)는 기본이고 특별한 위스키 맛을 보고 병입 체험을 하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증류장을 체험한 관광객은 이 위스키의 전도사가 된다고 한다. 돈을 벌고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 마케팅이다.

지난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현장도 이런 고도 마케팅 전략의 단면을 드러냈다. 입장료부터 남다르다. 사전등록해도 100만원 정도를 내야 하고, 포럼까지 섭렵하려면 600만원을 내야 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런 가격 정책은 전시회 참가자 레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참가자 간 협상 성공률을 높이는 등 참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MWC의 오랜 노하우와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위스키 본고장을 둘러본 이철우 경북지사는 “스카치위스키보다 역사가 더 긴 안동소주도 고급화 전략을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가치를 입혀 고객의 마음을 흔들 때 상술은 상술이 아닌 마케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얘기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미래모빌리티전시회(DIFA)와 포럼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행사지만 전시회 입장료는 1만원, 포럼은 20만원 선이다. 싼 게 미덕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28억원의 최대 매출과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엑스코도 바르셀로나의 사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