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오니 화웨이 관계자도 만나네요. 신규 투자 자금이 절실한 스타트업엔 흔치 않은 기회죠.”(장현호 젠트리 대표)
“미국 보잉사로부터 연구‧개발(R&D) 협업 제안을 받았고, 현재 관련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 CES(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스페인 MWC에 이어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에도 방문해 세계 시장에 저희 제품을 차근차근 소개하려 합니다.”(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의 눈은 하나같이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MWC와 같은 대규모 행사들이 줄줄이 중단된 탓에 신규 창업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부터 팬데믹 이전과 같은 규모로 전시회들이 하나둘 재개되면서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넓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젠트리는 반려동물 전용 웨어러블 건강관리 플랫폼 ‘두리틀(Dolittle)’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벨트처럼 생긴 기기를 반려동물이 착용하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심박수와 호흡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의학 지식이 없어도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1974년생으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의 장 대표는 이번이 4번째 창업이다. ‘3전 4기’의 도전정신 끝에 글로벌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를 키워냈다. 충남 천안시에서 13년째 직접 동물병원을 운영해 온 수의사인 그는 “병원에서 번 돈을 창업하는 데 다 써버렸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두리틀’의 사업성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MWC 참가를 단행했다. 장 대표는 “부스 차리는 데만 1000만원인데, 정부 지원 덕에 올 수 있게 됐다”며 “사업 기회를 꾸준히 넓혀 올해부터 매출 20억원을 내는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시장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물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다. 배터리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의 주성분으로 물을 활용해 ‘열 폭주’(평시 대비 온도가 3도 이상 오르는 현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전극도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희귀 광물 대신 야자수 껍질과 같은 폐목재를 태워 만든 탄소를 기반으로 생산해 친환경적이다. ‘주류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보다 수명도 최대 3배 길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한국화학연구원 등에서 박사 과정을 거치며 10년 넘게 배터리를 연구해 왔다. 단돈 5000만원을 손에 쥐고 창업에 뛰어든 그는 10여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1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대표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한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정부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젠트리, 코스모스랩을 포함해 인포카, 레티널, 참깨연구소, 엔닷라이트, 아고스비전, 알엠지, 웅진씽크빅(신사업 부문), 뤼튼테크놀로지스, 이노크래틱테크놀로지스, 제제컴즈, 스페이스뱅크 등 13개 스타트업이 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MWC 내 스타트업 전용관인 ‘4FYL’에 부스를 차렸다. 4FYL이란 4 years from now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4년 후에는 본 전시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이다.
무역협회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본글로벌(born global)’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하에 투자 유치와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코카콜라, 로레알, 아마존, BMW 등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스타트업들의 ‘매칭’을 지원하는 ‘Fortune 500 Connect’ 사업에는 2019~2022년 4년간 7653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메타버스 관련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노 사장은 개막 직후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유 사장과 함께 기자들을 만나 “(SK텔레콤 등이 사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기기를 개발 중”이라며 “완성도가 높아지는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삼성에서) 차세대 (메타버스) 디바이스가 빨리 나오면 좋겠다”며 “(그러면) 우리 메타버스도 더 잘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MWC 2023에서 세계인의 눈길을 끈 것은 삼성전자·SK텔레콤 등 한국 기업들이 손잡고 만들어가는 공고한 ‘생태계’였다.갤럭시 생태계 내세운 삼성국내 기업들이 내세운 ‘생태계 전략’은 여러 디바이스를 연결해 마치 하나처럼 제어하고, 각자 다른 기기의 서비스를 붙여 시너지를 내는 식으로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제품군을 이 같은 생태계로 묶어두면 ‘록인효과(자물쇠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 TV와 스피커를 쓰던 사람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삼성전자의 이번 전시 주요 주제 중 하나가 ‘갤럭시 생태계’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삼성 스마트 TV,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각종 디바이스에서 온·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삼성페이 등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 구글, 퀄컴 등 파트너사들은 모두 자사 전시 부스에 갤럭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AI 동맹 결성한 SK텔레콤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동맹을 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동맹엔 팬텀AI(자율주행), 사피온(AI반도체), 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 몰로코(애드테크), 코난테크놀로지(영상·음성AI), 스윗(협업툴), 투아트(이미지AI) 등이 참여한다. 유 사장은 “꾸준히 AI 동맹을 늘릴 것”이라며 “‘AI를 좀 한다’는 기업들과는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통신이 제조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의 산업과 연계해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AI를 혁신 인프라로 쓰겠다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유 사장은 “자율주행 AI 솔루션 사업을 벌여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고객사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헬스케어, 보안, 광고, 스마트팩토리 등 분야로 사업을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손잡고 연내 SK텔레콤의 서비스 수출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물량공세 쏟아낸 중국생태계를 구성해 방어막을 친 한국과 달리 중국은 각개약진으로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 기업들은 작정하고 MWC 전시에 힘을 쏟았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려워지자 유럽을 해외 공략의 최우선 지역으로 꼽은 까닭이다.화웨이는 MWC가 열리는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첫 번째 홀을 통째로 빌렸다. 올해 참가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50 시리즈, 화웨이 워치 버즈, 워치 GT 사이버 등 거의 모든 제품군이 총출동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전시장 면적이 삼성전자의 다섯 배가량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다른 중국 기업들도 MWC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샤오미13 시리즈를 글로벌 출시했다. 신제품 로봇인 ‘사이버 도그’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사이버원’도 공개했다. 오포는 ‘파인드 N2플립’의 글로벌 버전을 선보였다. 갤럭시Z플립과 비슷한 형태의 기기다. 테크노는 28일 자사 최초 폴더블폰 ‘팬텀V폴드’를 공개한다.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사피온 AI 반도체의) 성능 차이 얘기를 엔비디아 사람이 와서 들으면 똑같이 인정하겠습니까?” “도심항공 관제 시스템을 운영해 보고 말하는 겁니까?”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경영진에 쏟아낸 질문이다. 최 회장은 이날 SK텔레콤 부스를 찾아 각종 인공지능(AI) 서비스와 관련 기술을 살펴봤다. SK텔레콤을 비롯해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SK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 기업들의 AI 사업 저변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최 회장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으로부터 전시 해설을 들으며 여러 질문을 했다. SK ICT 기업 세 곳이 합작해 세운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 전시 코너를 주의 깊게 봤다. 사피온의 칩이 기존 AI 인프라 ‘강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낫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근거를 요구한 뒤 “AI 맞춤형 칩이라 추론 분야 성능이 높고, 공식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는 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 대해선 관제 시스템을 어느 정도 규모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를 점검했다. 그는 ‘동시에 여러 기체가 계속 떠도 문제가 없냐’ ‘실제로 해봤냐’ 등의 질문을 했다.AI를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AI 기반 공간정보 플랫폼인 리트머스가 실시간으로 빠른 길을 찾아준다는 설명을 듣고는 “SK텔레콤이 탄소 감축에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간 키워온 기술을 결합·융합해 더 좋은 형태로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해선 “사이클이 짧아졌으니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최 회장이 MWC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기업 간 대면 미팅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 기술을 중점적으로 보고 여러 통신 기업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바르셀로나=선한결/장서우 기자 always@hankyung.com
연임 도전을 포기한 구현모 KT 대표가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KT를 계속 응원해달라”고 말했다.구 대표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MWC는 구 대표가 KT 대표로 참석하는 사실상 마지막 글로벌 행사다. 구 대표는 지난 23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에서 빠지겠다고 이사회에 통보했다. 다음달 말 임기를 마친다.그는 “제 이야기는 나중에 인사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MWC 전시를 둘러본 소감에 대해선 “인공지능(AI)이 대세가 된 것 같다”며 “6세대(6G) 이동통신 관련 요소 기술과 모빌리티 관련 논의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짧은 대화 후 구 대표는 주먹을 쥐고 파이팅 포즈를 해 보이며 응원을 당부한 뒤 자리를 떠났다.구 대표는 임기 막판까지 KT의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공을 들였다. 이날은 필리핀 통신사 컨버지의 데니스 앤서니 위 창업자 겸 대표와 함께 KT 부스를 돌면서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와 방역로봇 등을 소개했다. 28일에는 위엔콴문 싱텔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MWC 기조연설 연사로 나선다.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