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하고도 서울대 진학'에 들끓는 여론 속 '학폭' 종합대책 제시할 듯
대통령실 "본인 실토 않은 게 문제"…檢출신 인사라인 비판론도 비등
'정순신에 뚫렸다' 검증강화 나선 尹…공분 진화될까
대통령실이 26일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로 인한 충격파 속에 '인사 검증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존 검증 방식으로는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법한 선에서 검증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낙마의 결정적 사유로 작용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도입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통해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소송,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이사항 등을 물었으나, 정 변호사가 아들의 잘못을 자발적으로 적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나 강제 전학 취소소송 판결문, 그의 학교폭력 사건을 익명으로 다룬 5년 전 언론보도 등이 엄밀한 의미의 공적 검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변호사 본인이 실토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대응 방향을 재빨리 인사 검증 제도개선 쪽으로 설정한 것은 그만큼 거센 국민적 공분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계기로 학교폭력(학폭)에 대해 한층 민감해진 여론을 정면으로 자극했다는 게 자체 판단이었다고 한다.

정 변호사가 법률 전문가로서 학교 측의 전학 처분에 맞서 대법원까지 가는 '끝장 소송'을 벌이면서 피해 학생에게 사실상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피해 학생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 속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과 달리, 정작 정 변호사 아들은 2020학년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치솟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공정의 가치를 내세웠던 윤 대통령으로서도 입시제도의 틈새를 파고들어, 학교 폭력 가해 전력의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불공정 사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퇴학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대학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이 전례 없이 신속하게 발령을 취소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참모들은 임기 시작 전 하루라도 빨리 논란을 매듭짓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낸 국정 지지도가 이번 인선을 둘러싼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제기하는 의구심이 타당하다고 보고 신속한 조치를 하는 것이 국민과 소통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부실 검증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파장을 주시하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추천과 검증의 뼈대를 이루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법무부 장관,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검찰 출신으로 한때 검찰에서 한솥밥을 먹던 정 변호사를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에도 설득력 있는 답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인사 검증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하면 위법 우려가 있고, 우수한 자원이 공직자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이와 별도로, 조만간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도 내놓을 전망이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늘 강조해왔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