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크렘린궁 접견시 대형탁자 사이 둔 채 '바짝'
마크롱·숄츠 맞을 땐 긴 테이블 '끝과 끝' 대좌 대조
팔 활짝 벌려 환대하는 모습에선 중국협력 절실한 처지 드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을 방문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장면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그를 만류하러 온 여러 유럽의 지도자들을 목소리도 제대로 들릴지 의심스러운 탁자의 가장 끝부분에 앉혀 거리를 둔 것과 대조되게 왕 위원과는 아주 지척에서 마주보며 살가운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23일 영국 방송 BBC 등은 푸틴 대통령이 전날 왕이 위원을 접견하면서 포착된 장면에 주목했다.

상대 따른 푸틴식 자리배치…바짝앉힌 中외교수장, 팔벌려 환영
타스 등 러시아 언론과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당시 사진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금은 유명해진 5m 길이의 하얀 타원형 탁자에 가까이 마주 앉아 대화했다.

이 탁자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외신 보도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푸틴에게 전쟁을 만류하러 각각 크렘린궁에 찾아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이 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푸틴과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장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푸틴과 이들 서방 정상은 눈에 띄게 긴 타원형 탁자의 한쪽 끝에 앉아 맞은편 끝에 앉은 푸틴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례적인 자리 배치로 시선을 모았다.

크렘린궁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일부러 서방 정상들과 거리를 두려 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상대 따른 푸틴식 자리배치…바짝앉힌 中외교수장, 팔벌려 환영
반면, 왕이 위원과 접견할 때는 지금껏 보지 못한 자리 배치가 이뤄졌다.

같은 탁자인데 이번엔 두 사람이 탁자 중앙의 양쪽 면에서 가깝게 마주 앉은 것이다.

BBC는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은 푸틴이 이처럼 중요한 우호국의 대표를 맞아 가깝게 앉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이면서 상징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원래는 긴 테이블을 좋아하고, 지금껏 그를 만난 다른 사람들은 목소리를 듣기도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떨어져 앉아야 했다고 BBC는 꼬집었다.

러시아 관영 언론 타스가 보도한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이 접견실에 들어서며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벌려 왕이 위원을 환영하는 모습도 담겼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의 처지가 묻어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의외로 완강히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며 약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고 서방은 똘똘 뭉쳐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며 우크라이나엔 첨단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상대 따른 푸틴식 자리배치…바짝앉힌 中외교수장, 팔벌려 환영
지금껏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해 온 중국이 최근 들어선 러시아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선 어느 때보다 중국 특사가 반갑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서방의 우려대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수출 등 더욱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게 되면 전쟁은 무엇보다 큰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만으로도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의 종전 협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BBC는 중국이 지금도 러시아에 군·민수 겸용 물품을 수출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도 전했다.

민간용 제품으로 러시아에 수입됐지만 전투기 부품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 등이 현재 러시아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 따른 푸틴식 자리배치…바짝앉힌 中외교수장, 팔벌려 환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