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 기업의 90%가 제도를 연장할 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려와 달리 생산성은 동일했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 4일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영국 기업 61곳은 단축 근무제 연장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6월 영국의 싱크탱크 어터너미, 뉴질랜드의 비영리단체 4데이위크, 케임브리지대, 보스턴대, 옥스퍼드대의 공동 연구의 일환이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영국의 은행, 패스트푸드 업체 등 61개 2900여명의 직원에게 주 4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일주일에 하루 유급휴가를 주는 식이었다. 근무제 변경 후 업무 생산성, 성과, 수익성 및 이직률 등을 추적했다.

시범 도입한 기업 중 90%가 주 4일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18곳은 영구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생산성은 도입 이전과 같았지만, 이직률과 결근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근무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연구에 참여한 줄리엣 스코어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주 입장에서 주 4일제 등 유연 근무제는 필수다"라며 "직원을 구하는 문제를 넘어 지속해서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어터너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주는 주 4일제 도입으로 인한 업무 성과를 10점 만점에 7.5점으로 평가했다. 70개 기업 고용주 중 34%는 업무 성과가 다소 개선됐다고 답했고, 15%는 크게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 효율을 늘렸다고 분석한다.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한 뒤 업무 시간 내에 일을 끝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회의 시간과 횟수가 줄었다. 업무를 끝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주 4일제를 적용한 직원 중 39%는 도입 전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직원 중 절반은 정신 건강이 개선됐고, 37%가 더 건강해졌다고 했다.

영국의 디지털 마케팅업체 트리오 미디어의 클레어 대니얼스 최고경영자(CEO)는 "불필요한 회의, 출장 등으로 인해 일주일간 약 20%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며 "마라톤 같은 회의만 줄여도 주 4일 근무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건 직원들의 호응이다. 과거 업무처리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주 4일제 도입 후 생산성은 오히려 증대된다"고 덧붙였다.

영국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주 4일제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뉴질랜드 법인에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스페인 정부는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할 방침이다. 아이슬란드는 산업 전반에 걸쳐 노동자 2500여명에게 적용했다.

산업군과 국가가 달라도 결과는 비슷했다.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업무 스트레스가 줄자 이직률과 결근율이 줄었다.

WSJ은 "다만 주 4일제를 차질 없이 받아들인 기업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였다"며 "대기업의 경우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증가해 주 4일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