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의 고양이들. /사진=뉴스1
마라도의 고양이들. /사진=뉴스1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 사는 100여마리 고양이들이 섬 밖으로 강제 이주된다.

20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달 중 마라도의 고양이들을 마라도 밖으로 반출할 예정이다.

앞서 문화재청과 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등 관계기관은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마라도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를 비롯해 야생조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마라도에 있는 고양이는 110여 마리로 추산된다.

고양이는 10여년 전 주민들이 쥐를 잡으려고 섬에 들여왔지만, 이후 개체 수가 크게 늘면서 뿔쇠오리 등 야생 조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반려묘로 키우는 10여마리만 남겨놓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모두 포획해 섬 밖으로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마라도 밖으로 반출한 고양이들을 위한 보호소를 마련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반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번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뿔쇠오리 보호 조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개체수 감소에 고양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반출하는 고양이의 안전한 보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물자유연대 등이 참여하는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 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발표 자료 등을 근거로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오는 21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라도 고양이 반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