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르 가스파르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국장은 16일 “한국은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라며 “재정준칙 도입은 미뤄서는 안 되는 과제”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한국의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스파르 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과 만나 한국의 재정건전성 현황을 논의하며 이같이 조언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그는 한국의 채무 증가 속도를 언급하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만큼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전환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또 “고물가, 고금리, 경기 둔화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재정준칙 도입을 “미뤄서는 안 되는 과제”라고 했다. 이어 “재정준칙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재정준칙이 반드시 국회에서 법제화돼야 한다”며 “한국의 재정준칙 법제화 동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IMF가 1970~2018년 55개국을 분석해 2021년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재정수지가 개선되고 경제위기 이후 국가채무가 빠르게 안정됐다. 가스파르 국장은 이 연구결과 보고서를 언급하며 “재정준칙 도입은 한국의 재정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어서면 2%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기재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재정준칙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