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의 한 세탁업체 직원이 16일 작업장에서 세탁물을 살펴보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지난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경기 군포의 한 세탁업체 직원이 16일 작업장에서 세탁물을 살펴보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는 지난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종료는 영세 업체엔 ‘날벼락’이다. 당장 근로자들은 수입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중소 제조업체 대표 A씨는 “한 직원이 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며 3회 연장근로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법적으로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 일하고 싶어도 안 돼

"자식 학비 벌려고 더 일한다는데 왜 막나"…600만명의 아우성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사업체 노동력 조사(2022년 1~9월 기준)를 보면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는 30인 미만(5~29인)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은 341만원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598만원)보다 250만원가량 적다. 임금 증가율은 전년 대비 3.8%로 300인 이상 사업장(7.4%)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영세 업체일수록 추가 연장근로를 못 하면 생계난에 빠지는 근로자가 많다.

유통업체 E사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연장근로로 회사 매출과 이익이 늘면 직원 복지도 좋아지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일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인데 왜 연장근로를 막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업자들도 추가 연장근로가 없으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인 미만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91%가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작년 말 야당 반대로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법 효력 중단)되자 고용부는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주52시간제 위반 사업장 단속을 1년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란 지적이 많다. 단속을 안 할 뿐 누군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주52시간제 위반을 신고하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연히 법이 있는데 정부가 법 위반을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의 영향을 받는 5~29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603만 명이나 된다”며 “추가 채용 여력이 없거나 직원 구하기가 어려운 다수 영세 업체 사업주가 범법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불법파견’ 처벌 위험도

일부 업체는 추가연장근로가 막히자 인력을 일시적으로 외부에서 공급받는 ‘파견’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불법파견으로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노무법인 태광의 기세환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선 근로시간 제한이 인력 부족을 부르고, 불법파견 문제를 낳는 악순환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한창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 다섯 살 아이(스타트업)에게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훈육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파견제는 인력 파견 허용 업종을 경비, 청소, 주차관리, 자동차 운전 등 단순업무 32개로 제한하고 있다. 신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엔 대부분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예외 없이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2004년 연장근로를 제외한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현행 40시간으로 줄일 때 20인 미만 사업장에 7년6개월의 준비기간이 부여됐다. 반면 주52시간제(법정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2018년 도입된 뒤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데 걸린 시간은 4년6개월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를 2024년까지 한시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운영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근로자 건강 보호를 병행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추가연장근로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개정안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곽용희/이시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