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보험료 조정 230만건 중 125만건 차지
[이슈 In] '장사가 안돼서'…건보료 감면 사유 휴폐업이 54.5%
건강보험제도에는 이미 부과된 보험료를 깎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보험료 조정제도가 그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이런 장치를 둔 이유는 보험료를 매기기 위한 소득자료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현재 건보공단이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 소득은 가입자가 당해연도에 거둔 소득이 아니라 전전년도나 전년도 소득이다.

건보공단은 자영업자 등 가입자가 국세청에 매년 5월 전년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이 전년도 귀속 확정 소득 자료를 그해 10월에 넘겨받는다.

이런 까닭에 해마다 1∼10월분 건보료는 전전년도 귀속소득 기준으로, 11∼12월분은 전년도 귀속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슈 In] '장사가 안돼서'…건보료 감면 사유 휴폐업이 54.5%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사이에 최소 10개월에서 최대 33개월의 시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가입자의 경우 그다음 해 4월이면 건보료 연말정산을 통해 보험료 차액을 돌려주거나 추가로 거둔다.

◇ 보험료 조정 사유, 절반 이상이 휴폐업
이처럼 소득이 발생한 시점과 보험료 부과에 반영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건보료를 조정해주는 제도가 시행된다.

이 제도의 시작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급격한 경제 상황 악화로 자영업자와 보험설계사 등 지역가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이들의 납부 능력을 고려해 현재 소득이 없거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조정신청제도를 도입했다.

경기상황에 민감해 수입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취지였다.

가입자가 소득 활동 중단 또는 소득 감소로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증명원 등 건보공단이 인정하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보험료를 조정해달라고 신청하면 현재 납부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부과한 건보료를 매년 11월분 부과자료에 연계해 정기적으로 깎아주는 것이다.

아울러 부과자료 정기 연계 이후 소득이 변동되는 경우에는 건보공단이 국세청 등으로부터 확인하거나, 가입자가 신청하는 소득자료를 활용해 수시로 보험료 산정 때 반영해 조정해준다.

건보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간 소득 활동 중단 또는 소득 감소로 인한 전체 보험료 조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조정 건수는 2019년 228만1천건, 2020년 236만3천건, 2021년 230만3천건 등으로 해마다 230만건 안팎이었다.

2021년 기준 보험료 조정 사유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휴폐업이 125만7천건으로 54.58%를 차지했다.

이어 해촉 71만건(30.8%), 소득감소 32만4천건(14.07%), 기타(종중 등 공동목적 소득 대표자 부과, 명의도용, 파산 등) 10건(0.43%) 등이었다.

특히 소득감소로 인한 보험료 조정 건수가 2019년 12만8천건(5.6%), 2020년 13만1천건(5.6%)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금액 조정 현황(소득금액 기준)]
(단위: 천 건, 억 원, %)
┌───┬────────┬──────┬─────┬─────┬─────┐
│ 연도 │ 계 │ 휴폐업 │ 해촉 │ 소득감소 │ 기타* │
│ ├───┬────┼──┬───┼──┬──┼──┬──┼──┬──┤
│ │ 건수 │ 금액 │건수│ 금액 │건수│금액│건수│금액│건수│금액│
├───┼───┼────┼──┼───┼──┼──┼──┼──┼──┼──┤
│ 2021 │ 2,303│ 242,735│1,25│136,19│ 710│57,5│ 324│44,3│ 10│4,60│
│ │ │ │ 7│ 6│ │ 74│ │ 65│ │ 0│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00.0│ 100.0│54.6│ 56.1│30.8│23.7│14.1│18.3│ 0.5│ 1.9│
├───┼───┼────┼──┼───┼──┼──┼──┼──┼──┼──┤
│ 2020 │ 2,363│ 257,351│1,36│155,31│ 850│65,1│ 131│32,8│ 11│4,07│
│ │ │ │ 9│ 4│ │ 20│ │ 45│ │ 1│
│ ├───┼────┼──┼───┼──┼──┼──┼──┼──┼──┤
│ │ 100.0│ 100.0│57.9│ 60.4│36.0│25.3│ 5.6│12.8│ 0.5│ 1.6│
├───┼───┼────┼──┼───┼──┼──┼──┼──┼──┼──┤
│ 2019 │ 2,281│ 259,294│1,44│170,28│ 697│56,3│ 128│29,0│ 7│3,62│
│ │ │ │ 7│ 2│ │ 66│ │ 23│ │ 3│
│ ├───┼────┼──┼───┼──┼──┼──┼──┼──┼──┤
│ │ 100.0│ 100.0│63.5│ 65.7│30.6│21.7│ 5.6│11.2│ 0.3│ 1.4│
└───┴───┴────┴──┴───┴──┴──┴──┴──┴──┴──┘
※주1) 조정 금액은 보험료가 아니라 국세청 연계 연간 소득금액 기준임에 유의
※주2) 개인별 중복 조정 건수 포함, 정확한 조정 개월 수 미반영 상태로 조정이 발생한 연간 소득금액 전체 기준으로 산출하였음에 유의
※주3) 소득 활동 중단 또는 소득 감소로 인한 전체 조정현황으로, 악용 사례는 이 중 일부임

◇ 지역가입자도 건보료 정산제도 시행
이렇게 갑자기 소득이 줄어든 지역가입자를 위해 보험료 조정신청제도를 도입했지만, 최근 고용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일부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건보료를 회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제도 시행 당시와는 달리 인기가수와 웹툰 작가,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연간 수억대의 고소득을 올리는 프리랜서가 등장하면서 이들 중 일부가 경제활동 중단이 아님에도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보험료를 감면받거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 고소득 프리랜서들 일부는 계약사업체에 요청해서 해촉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서 전년도에 벌어들인 소득은 단발성의 일시소득일 뿐 올해도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건보료를 대폭 감면받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2020년에 13억5천515만원의 소득을 올렸던 가수 A씨는 조정신청을 통해 전혀 소득을 거두지 않은 것으로 인정받아 이듬해 소득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이는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건보료를 떼이는 '유리 지갑'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다.

건보 당국은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고 보험료 부과의 공평성과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맞춰서 직장가입자와 같이 보험료 정산 제도를 지역 보험료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른바 '소득 정산제도'를 도입해 2023년부터 보험료를 깎아달라고 조정신청을 한 일부 지역가입자를 상대로 첫 적용 하고서 이후 모든 지역가입자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폐업 등으로 소득이 끊기거나 감소해 소득금액 감소증명 등을 제출해 보험료를 조정받더라도 이후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사후에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소급해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말이다.

건보공단은 매년 11월 국세청 연계소득자료를 바탕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산정하고 정산한 차액은 그해 11월분 보험료에 부과하거나 환급해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