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 활동 등을 수행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 활동 등을 수행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3만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지진 발생 지역에 위치한 튀르키예 남동부의 한 도시에서 사상자는 물론 건물 붕괴 피해도 나오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하타이주의 인구 4만2000명 규모 도시 에르진에서는 사망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고 무너진 건물도 없었다.

하타이주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1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지역으로, 이 주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은 에르진이 유일하다.

외케스 엘마소글루 에르진 시장은 이번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불법 건축물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규칙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건물 검사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진 중 하나라도 교훈을 얻어서 이런 대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진 전문가 나시 고루르 박사는 "계속되는 강진 속에서도 계속 살기 위해선 내진 설계된 도시 건설이 필요하다. 에르진이 그 예"라며 "엘마소글루 시장이 말한 바처럼 (불법 건축물 통제는) 지진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르진이 다른 도시에 비해 지진 강도가 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칸 튀레스 이스탄불대학 명예 교수는 "에르진 근처에선 단층 움직임이 없다. 30~40㎞ 떨어진 곳에 단층이 있지만 그 사이에 아마노스라는 큰 산 덩어리가 있어 진동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당국 발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튀르키예에서 2만9605명, 시리아에서 3574명으로 늘어 총 3만3179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튀르키예에서는 신축 건물들까지 무너져내리자 부실 공사 책임론과 함께 '지진세'의 불분명한 용처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999년 1만7000여명이 사망한 서북부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는 20여년 이상 지진세 명목으로 총 880억리라(약 5조9000억원)를 걷었다.

당국은 방진 규제를 통과한 신축 건물들까지 무너진 것과 관련 부실 공사 책임이 있는 건축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