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도 닥친 난방비 폭탄…등록금도 15년째 못올려 한계 호소
물가 부담에 교육부는 '인상 신중'…"대학 재정 지원 확대해야"
"올겨울 전기·가스비만 30억인데"…등록금 동결에 대학들 비명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대학 사이에서는 재정 상황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각종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정부가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는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제한돼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올겨울 난방비마저 올라 대학들이 시설비 '폭탄'에 시달리면서 내년엔 등록금 동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고물가로 가뜩이나 학생·학부모 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아 등록금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 "신임 교수 급여가 제자보다 못해"…국가 경쟁력 악영향 우려도
"올겨울 전기·가스비만 30억인데"…등록금 동결에 대학들 비명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91곳 가운데 148곳(77.5%)이 등록금을 동결했다.

동결 대학 중 상당수는 2009년부터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했다.

각 대학의 등록금 동결 행진은 2000년대 말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이 나오고 등록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2009년부터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등록금 동결은 2012년부터 사실상 강제가 됐다.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대학들은 재정상의 부담이 막중해 인건비,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서울 시내 사립대인 A 대 총장은 "시설투자가 거의 안 되고 교직원 급여도 10년 이상 최소한도로 올렸다"며 "등록금 동결 이후 한 번도 교직원 급여를 올리지 못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전기, 수도, 가스비를 한해에 보통 100억원 정도 썼는데, 올겨울에만 30억원이 넘게 나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며 "당장 가스비를 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겐 현실인데 (등록금을 동결하라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사립대인 B 대 총장도 "신임 교원의 급여가 자기가 가르친 학생의 금융회사 호봉보다 못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 경쟁력에도 심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대학의 경우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지역 사립대인 C 대 총장은 "사립대들은 등록금의 90%가 교직원 인건비로 나간다"며 "우리 대학 같은 경우 적립금에서 연 20억원 정도를 빼서 쓰는데, 그만큼 운영 적자가 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국립대인 D 대 총장은 "(등록금 수입에서) 시설비, 인건비를 빼면 쓸 수 있는 돈은 0원"이라며 "교직원들이 출장도 가지 못하고 학과 사무실 지우개도 사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올해에는 대다수가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대학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내년에는 등록금 인상 대학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지역 사립대인 E 대 총장은 "지역 대학은 학생 유치 때문에 등록금을 올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서울 지역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려는 곳이 많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등록금 대신 우회로 터준 교육부…"경제·여론 중요"
"올겨울 전기·가스비만 30억인데"…등록금 동결에 대학들 비명
교육부도 대학들의 속사정을 마냥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를 논의할 때 등록금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4월 3∼4%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 5∼6%대로 치솟으며 물가 부담이 커지자 등록금 규제 완화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자체도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를 조사할 때 반영하는 458개 품목 가운데 대학의 수업료, 기성회비 등을 뜻하는 국공립대 납입금, 사립대 납입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규제와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 정부·사회 내 공감대 형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대신 우회로를 통해 대학 재정 확충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올해 신설한 고등·평생교육 지원특별회계를 통해 1조7천억원 규모의 고등교육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대학혁신 지원사업비(총 1조1천9억원)의 용도 제한을 일부 해제해 인건비, 공과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캠퍼스에 스크린 골프장, 대형 카페·식당 등을 설치해 등록금 외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올겨울 전기·가스비만 30억인데"…등록금 동결에 대학들 비명
일각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학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대학교수들이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결제하거나 퇴직자에게 수백만 원짜리 '황금 열쇠'를 제공한 사실이 교육부 감사 결과 등으로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재정 압박을 해소하고 학생·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대학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을 15년간 동결했는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7위 수준"이라며 "대학 재정 문제는 등록금 인상보다 재정 지원 확대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