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놓지 않고 새벽부터 폐허 속 '악전고투'…기다리는 소식은 '아직'
사고 후 100시간, 골든타임 경과…생존 반응 확인 안돼, 거리엔 시신 행렬
장모상에도 귀국 포기한 구조대원…앞발 붕대한 채 현장 투입된 구조견 '토백이'
튀르키예 현지 구조대 "생존자 기대 점점 어려워…구호·이재민 지원 전환 필요도"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정말 어려운 때가 왔다.

기적을 바랄 뿐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한 지도 벌써 나흘째.
10일(현지시간) 오전 8시를 넘기면서 사고 후 100시간이 지나갔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한국 긴급구호대는 현지 출동 이틀째인 이날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장비를 챙겼다.

시차 적응은 말할 것도 없이 여독도 풀리지 않은 채 전날 밤늦게까지 구조 활동을 이어간 상황이지만, 피로를 느낄 겨를도 없는 듯했다.

오전 7시께 안타키아 시내 거리는 한국 구호대를 제외하면 구조 현장에 복귀한 이들이 아무도 없어 텅 비어 있었다.

한 구호대원은 동행한 연합뉴스에 이날 구조 작업 전망에 대해 "오늘부터는 기적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지진 후 골든타임이 사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나흘째에 접어든 이날부터는 생존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도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계속되는 등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하지만 구호대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는 곳은 일일이 확인했다.

예정된 구호 활동 장소로 이동하는 중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의 손에 끌려 찾은 곳은 1층이 상층부에 완전히 눌려버린 건물이었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간신히 사람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기어 들어간 구조대는 곧이어 사람의 발을 확인했다.

긴 막대로 발을 건드리고 큰 소리로 불러봤지만 아무 움직임도 대답도 없었다.

우리 구조대는 "이미 사후경직이 시작된 것 같다.

들어갈 공간 확보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기다리던 시민은 "눈으로 보고 싶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청했고, 우리 구조대는 다시 현장으로 기어가 사진을 찍어왔다.

시민은 우리 구조대의 정성에 거듭 감사하다고 했지만, 우리 대원은 "미안하다"고 답할 뿐이었다.

구조대원으로서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담은 미안함이었을 것이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날이 밝은 안타키아 시내에서는 다시 구조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았다.

어느 한 현장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고 소리치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작업을 멈추고 생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국은 허탈함만이 남는 상황이 이어졌다.

우리 구조대도 연이어 잔해를 타고 오르고 그 아래로 기어 들어가길 반복했지만 들려오는 것은 적막 뿐, 방금까지 들렸다는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양영안 구조대 조장은 이날 장모상을 당했지만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자진해서 귀국을 포기한 채 묵묵히 폐허를 수색하고 있었다.

한 동료는 "마지막까지 구조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마음 아니겠나.

구조대원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6세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구조견 토백이는 오른쪽 앞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전날 날카로운 물체에 발을 다쳤는데, 상처가 덧나지 않게 응급조치를 한 채로 다시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구조대는 토백이가 불편하지 않게 위험한 곳은 직접 들어 옮겨줬지만, 끊임없는 수색 활동과 부상으로 인해 지친 모습은 숨길 수 없었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이런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찾아낸 것은 시신들 뿐이었다.

7층 건물이 무너진 곳의 잔해 꼭대기에서 파편들을 치우자 아마도 부부인 듯 꼭 끌어안은 채 미동도 없는 중년 남녀가 발견됐다.

다른 건물에서도 우리 특전사 대원들이 현지 구조대와 함께 시신들을 연이어 수습해 나왔다.

거리에는 먼저 수습된 시신이 줄을 지어 바닥에 놓여 있었고, 시신의 행렬이 끝모르게 이어졌다.

희망은 계속해서 멀어지는 반면 이날 낮에도 옅은 진동이 5초 가까이 지나가며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튀르키예 구조대 관계자는 우리 구조대와 만나 "어제까지는 생존자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며 "긴급 구조보다는 실질적인 구호와 이재민 지원이 더욱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튀르키예 강진 현장] 잡힐 듯 안 잡히는 '기적'…시간과 싸우는 한국구조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