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와 리튬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1년도 채 안 돼 가격이 50% 이상 추락했다. 반면 리튬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기차 시대의 하얀 석유’ 대접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선물시장에서 코발트 선물(3월물)은 파운드당 17.1달러로 마감했다. 코발트 선물 가격이 지난해 5월 파운드당 40달러로 오르며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개월 만에 가격이 60%가량 하락한 것이다.
<코발트 가격 추이>
자료: 블룸버그
<코발트 가격 추이> 자료: 블룸버그
코발트의 처지는 리튬과 대조적이다.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자동차기업들은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대접을 받고 있다.

코발트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자동차 업계의 ‘코발트 프리’ 움직임 때문이다. 전기차 업체들은 코발트, 니켈 없이 리튬, 인산, 철을 쓰는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고가인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이어서다.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30%지만 업계에서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코발트 사용량은 지난해 60% 이상 급증했지만,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때문일 뿐 중장기적으로 코발트 사용 축소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차 외 산업 수요가 감소한 것도 코발트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제품 판매 감소, 항공우주 산업의 성장성 약화 등이 원인이다.

반면 코발트 공급은 과잉 상태다. 세계 주요 코발트 산지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텐케 광산에서는 2021년 기준 연간 1만8500톤(t)의 코발트가 생산된다. 현재 텐케 광산은 국영기업과 중국 투자사와의 갈등으로 코발트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텐케 광산이 코발트 시장의 ‘와일드카드’로 작용하며 코발트 공급량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