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KAIST 창업 열전
KAIST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세워졌다. 당시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Caltech)를 벤치마킹했다. 설립 자금은 한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에 대한 외교적 답례로 미국이 댔다. KAIST를 거쳐 간 기업인의 면면은 화려하다. 특히 21세기 디지털 전환으로 등장한 신산업에 대거 포진해 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전산학부), 크래프톤 창업자 장병규(전산학부),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전산학부 석사)를 비롯해 메디톡스(정현호·생명과학과), 쎄트렉아이(박성동·전기및전자공학부), 바이오니아(박한오·화학과), 뷰웍스(김후식·물리학과) 등 헤아릴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가가 급등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는 인간형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다.

KAIST 출신이 창업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기업은 1260여 개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특히 이광형 총장 취임 이후 ‘1연구실 1창업’ 바람이 불면서 창업 열기가 더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KAIST 졸업생의 창업 스토리를 책으로 엮어볼 것을 제안했다. 지난 7일 대전 KAIST를 찾아 과학기술 창달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다. 1000여 개가 넘는 사례가 책자로 나온다면 향후 청년 창업이나 스타트업에 일종의 빅데이터 역할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KAIST를 아끼는 마음은 온 사방에 퍼져 있다. 우선 성공한 기업인들이 연어처럼 모교에 돌아와 기부하는 선순환이 생겼다.

장병규 의장은 전산학부 증축기금으로 2021년 55억원을 기부했다. 오 명예교수는 같은 해 일반사업기금으로 50억원을 내놨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766억원),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515억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500억원) 등 수백억원대 자산을 KAIST에 쾌척하는 기업인도 꾸준하다. 익명의 독지가, 사업가는 물론 최근엔 연예인까지 KAIST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설립 반세기, KAIST는 이제 과학기술인과 창업가를 배출하는 국보급 요람으로 발돋움했다.

이해성 중기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